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리니 Mar 27. 2023

생애 첫 이직 과정의 기록 (1)

이직에도 순서가 있다.

 2년 2개월의 짧은 직장 생활을 마치고 생애 첫 이직을 하게 됐다. 내일 새로운 회사로 첫 출근을 한다. 그 옛날 군대 복무 기간이기도 한 2년 2개월. 한 회사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매우 짧은 기간이고, 사회 초년생에겐 나름 긴 기간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나의 직장 생활에 대한 성향과 기호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는 된 것 같다. 직장 생활에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원치 않는지를 알 수 있었다. 첫 이직 치고는 나름 잘 해낸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이번에 배운 것들과 느낀 것들 위주로 그 과정을 정리해 두려 한다. 다음에 또 이직을 할 수 있는 나를 위해(이번엔 5년 이상은 다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직을 염두에 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우선 나의 이직 유형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첫 직장 생활로 대기업에서 2년 정도 다니다가 비슷한 업종의 스타트업 회사로 가는 유형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은 이미 예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고, 마침 지인을 통해 좋은 회사를 소개받아 옮기게 됐다. 새 회사에서 맡을 업무도 전과 비슷하다. 처우는 개인적인 내용이라 밝히기 어렵지만, 약간이라도 스탁 옵션(stock option)이 있다는 점이 큰 차이다.


 이직의 순서: 갈 곳을 먼저 정하고, 있던 곳은 정성껏 정리한다.


“지금 나랑 헤어지자고…? 혹시 다른 사람 생겼니…?”

“응… 미안해.”

“나쁜 XX”


 예외도 있겠지만, 이직은 연애로 치면 환승 연애다. 새로 갈 회사를 먼저 정하고 나서 다니던 직장을 나와야 한다. 단순한 사실이지만, 이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다. 이 순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예를 들어, 구직이 마무리 안 된 상태에서 퇴직 절차에 들어갈 경우) 난처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스트레스가 심할 수 있다. 형광등 스위치를 누를 때, 상태가 변화하기 직전의 구간을 준평형(meta stability)라고 부르는데, 보통 에너지 소모가 극심한 상태이다. 순서가 꼬여 그 기간이 길어지면 쉽게 지칠 수 있다. 특히, 이미 내린 결정을 번복하는 경우는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첫째로는 갈 곳이 제대로 정해져야 한다. 하게 될 업무와 급여 등 디테일한 부분이 모두 협의가 다 마무리된 상태가 되어야 한다. 보통은 회사로부터 제안서(오퍼 레터)를 받게 되고 이에 서명을 하는 것으로 암묵적인 협의가 완성된다. 퇴직 절차는 그다음이다. 퇴직 절차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사표를 냅다 던진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업무 인수인계를 비롯해 지켜야 할 절차와 메너가 있다.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평판에 좋지 않을 수 있으므로, 신경을 써서 해야 한다.  

 

퇴사의 순서: 되도록 부드럽게.   

 “헤어져…”

 “갑자기…?”


 퇴사는 통보를 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며, 통보에도 순서가 있다. 되도록 manager(인사 고과권이 있는 실질적 책임자. 주로 소속 팀, 파트의 리더)에게 가장 먼저 하는 게 좋다. 절차상 알아야 하는 동료들(HR staff 포함)에게 퇴사 소식을 알리는 것은 그다음이다. 보통 manager에게 퇴사 통보를 하고, 면담을 한 다음 구체적인 절차는 HR staff와 진행한다.  


 최초로 퇴사 통보를 할 때, 그 통보가 너무 갑작스럽지 않은 것이 좋다. 퇴사를 하기 이전부터 어느 정도 ‘감’이 잡혀 있는 편이 좋다. 이직을 하는 사람들 중, 원래 다니던 직장 생활에 100% 만족을 하던 사람은 없을 것이고, 조금씩은 아쉬운 부분들은 다 있다. 아쉬운 부분들에 대해 평소에 의견 피력이 되어 있어서 manager가 나의 직장 생활 만족도에 대해 대략적이라도 파악을 하고 있다면 가장 좋다. ‘음, 저 친구는 이 부분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고, 저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움을 느끼고 있어.’ 정도라도. ‘이곳에 뼈를 묻겠습니다!’와 같은 충성 모드보다는 만족/불만족 사항들을 manager가 알 수 있도록 평소에 소통을 잘하는 것이 이직할 때 훨씬 좋다.

“그래. 좋은 기회가 왔나 보지? 이런 부분으로 고민이 있을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아쉽게 됐네.”


 퇴사 통보 다음은 인수인계다. 퇴사 통보를 할 때 반드시 퇴사 날짜도 함께 알려야 하는데, 이 날짜를 기준으로 인수인계 계획이 세워진다. 회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인수인계 기간을 길게 확보해 업무에 차질이 없길 바라겠지만, 퇴사 날짜는 새 회사의 출근일도 고려해서 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이 짧을 수도 있다. 보통은 통보 이후로 4주 정도 뒤로 날짜를 정해 인수인계 계획을 잡는다. 인수인계는 업무를 이어받을 사람이 정해진 상태에서 직접 하는 게 가장 좋다. 그리고 그 내용은 모두 문서로 만들어 두는 게 좋다. 인수인계 꿀팁은 인터넷에 찾아보면 여러 HR 담당자들이 만들어 둔 영상이 있으니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인계받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다. 물론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의 1차 책임은 회사에 있지만, 누락된 내용은 없는지 면밀히 살피고 업무 인수자의 질문과 요구에 성실히 대응하는 것이 평판에 좋다.


퇴직 시 추가 유의 사항

 

1. 퇴직 사유는 일관되게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

- 모두에게 일관된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함.

2. 퇴직 결정을 되도록 번복하지 않는다.

- 퇴직 과정에서의 협상(counter offer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다.

3. 퇴직 날짜를 확실하게 정한다.

4. 같이 일하던 동료들에게 현재 회사에 대한 불만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 동료들에 대한 배려이다.

5. 퇴직 날까지 동료들과의 술자리는 피한다.

- 퇴직 과정이 더 심란해질 수 있다.

6. 퇴직 통보 순서를 지킨다.

7. 어느 회사로 이직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 manager firs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