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꽤나 길게 지속되면서 이곳 독일에서 새삼 새롭게 느낀 것이 있다. 무엇이든 모범적으로 앞서나가는 듯 보이는 독일 사람들의 실제 모습은 사실 굉장히 소박하고 수수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앞서나가는 기술력을 보유한 이 나라에서 흔히 사용되는 잠금체계는 열쇠이며(대다수의 가정이 여전히 열쇠를 사용한다.) 카드보다는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더 많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수공예는 삶이다. 지하철 안에서 양말을 짜거나 목도리, 모자를 뜨는 사람들을 몇번 본 적이 있는데 당시만해도 그들의 열정에 '와'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로 전 세계인들이 마스크를 써야하는 이러한 상황이 오면서 그들의 수공예는 그야말로 빛을 발했다. 독일 사람들은 처음엔 마스크를 써야한다는 것이 큰 거부감을 보였다. 상황이 심각해질때 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으며 간혹 쓰는 이들을 보면(특히 그게 아시아인일 경우는 더욱 심각하게) 차가운 눈길을 주고 지나갔다. 허나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스크를 창조해 냈다. 워낙 적은 수요로 마스크의 양이 부족해 시작한 탓도 있겠지만, 그들은 마스크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각자의 개성대로 무늬를 입혔으며 크든 작든 크기에 연연하지 않은 채 자신의 것을 착용했다. 꽤 흥미로운 관찰이었다. 소박한 삶의 태도 때문인지, 여전히 저렴하지 않은 가격 때문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그것을 아주 기꺼이 만들었고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나 또한 그런 그들을 보며 삐쭉 빼쭉 나만의 마스크를 만들었다. 한국에서 보내주기로 한 마스크가 여태 오지 않아도 불안한 마음 없이 잘 안입던 옷을 꺼내 과감히 잘랐다. 그리고 바느질을 했고 현재는 세개나 가지고 있다. 한국의 강렬한KF마스크만 쓰다가 내것을 본 부모님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아 다소 실망했지만 주변 독일 친구들의 소박한 마스크를 보며 나는 다시 웃었다.
이 외에도 그들의 아날로그적 삶은 경외와 놀라움을 일으키기 충분한 요소가 많다. 여전히 명절과 생일이면 손으로 쓴 편지를 전달하며, 작고 귀여운 것을 선물한다. 겉모습만으로는 그들의 부를 전혀 예측하기 어려우리만큼 수수한 차림을 했지만, 고유한 개성은 반드시 보여진다. 한때는 그것이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이젠 그들의 자연스러움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또한 삶 또한 낭비가 없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완전히 인정했다. 자연과 환경을 위하는 마음 그리고 동물을 사랑함으로써 자연스레 행해지는 행동들은 일부러 따라하려고 해도 해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현재 이 글을 쓰며 앉아있는 잔디와, 그 위로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주변을 울리는 평화로운 새소리 이 모든 것이 그들의 크고 작은 노력들로 이뤄낸 결과란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편리한 것을 모를리 없는 똑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삶에 만족할 줄 알며, 기술을 남용하지 않는다. 자연의 본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며, 삶을 심플하게 이뤄나가는 독일인들의 숨겨진 매력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