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수술을 나에게 숨겼다
한동안 연락이 잘 닿지 않던 엄마에게 부재중 전화 한 통이 와있었다. 하던 일을 제치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야윈 목소리로 그동안 많이 아팠다고 말했다. 독일에 있는 딸이 걱정할까 봐 수술한다는 말을 꺼내지 않고 홀로 그 어두운 시간을 보내셨다. 수술하고 5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천천히 걸을 수 있게 되었고 그제서야 딸인 내게 당신의 회복을 전했다.
나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왜 나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 원망도 할 수 없었다. 당신이 어떤 마음이셨는지 알기에, 당신이 나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느끼고 있기 때문에.
미안했다. 통증이 가슴을 눌렀고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이젠 괜찮아졌다고 약간의 농담 섞인 말들을 내뱉는 당신을 안아드릴 수 없어 정말로 슬펐다. 인생이란 물결과 같다며 흘러가는 것을 흘려보내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나는 그저 그러겠다고 담담히 대답했다. 많이 아프고 두려웠을 당신의 시간 안에 당신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무언가를 경험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딸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흐르지만, 당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보이지 않는 강인함이 나를 붙잡아 준다. 엄마 당신은 아픔 속에서도 나를 위로한다.
당신 지난날의 모든 고독과 아픔은 슬픔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것은 시간의 흐름 아래 차곡 차곡 쌓여 따뜻한 지혜가 되어주었다.
이제는 내가 당신의 위로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