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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Sep 18. 2020

힘이 들 땐 하늘을 보자

자연에겐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서머타임을 생각해 낸 사람이 누구일까? 환경과 삶을 사랑한 깊은 철학적 근원이 있지 않을까? 떨어지는 해를 찬찬히 보며 생각했다. 해가 한 시간 더 길어졌을 뿐인데 우리가 누리는 것은 늘어난다. 전기를 절약할 수 있고, 조금 더 오래 활기를 품을 수 있으며, 몸의 움직임이 많아진다. 적어도 나에게 이 시간은 놀랍고 경쾌하게 다가온다. 


서머타임이란(Daylight saving time/ Summer time) : 하절기에 표준시를 원래 시간보다 한 시간 앞당긴 시간을 쓰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20년이 넘는 세월을 그곳에서 살았다. 여름이라고 해도 오후 8시만 되면 하늘에 희 미연 푸른빛이 가신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촉촉하지만 뜨거운 공기가 나를 설레는 여름으로 안내했다. 그 또한 나는 좋았다. 여름만 풍길 수 있는 그 느낌.


허나 이곳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저녁이라 써야 할지 밤이라 써야 할지 애매한 지금의 시간은 9시 35분. 벽 한쪽면을 모두 차지한 넓은 창문을 바라본다. 그것을 넘어 주황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을 응시한다. 그 위로 여전히 남은 푸르름 속에 새들이 줄을 지어 춤춘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바이올린 연주 소리가 그들의 흥을 더한다. 바이올린 소리는 오늘의 우연이었으나, 눈 앞에 펼치진 이 하늘은 매일 보아도 경탄하게 하는 아름다움이다.


지난 7월 하늘과 마주한 채 이 자리에서 쓴 글이다.


이제는 해가 짧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오후 여덟 시의 하늘은 밝고 잔잔히 젖어드는 분홍빛의 노을은 아름답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올 해의 여름은 내게 특별하다. 코로나의 여파로 많은 것들이 지체되고 멈추었지만 나는 인내하는 시간 속에 귀중한 것을 얻었다. 하늘을 보며 위로를 얻는 법을 찾았고, 나의 기도들을 바람 소리에 실어 보냈으며 어렴풋하던 꿈의 형상을 끝없는 산책으로 명확히 찾았다.


불안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날들도 있었지만 변함없이 그 자리에 존재하던 하늘을 보며 다시 희망을 품었다. '아름답다' 내뱉은 한 마디가, '시원하다' 느낀 내 몸이, '사랑스럽다' 생각하며 듣던 새소리가 나를 웃게 했다. 작게 지은 그 웃음이 그 하루를 괜찮은 하루로 마무리 지어 주었던 것이다. 희망이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올 수 있다는 귀중한 깨달음과 자연의 신비로운 힘을 알게 한 지난 시간들에 감사한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의 시간들이 여전히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만 삶 속에서 변함없이 곁을 지켜주는 자연과 주변의 존재들에게 감사하며 힘을 내보려 한다.


어두운 터널 안을 걷고 있는 당신에게도 이 모든 것이 동일하게 존재한다. 마음 안에 깃든 작은 감사와, 옅게 지은 미소가 안겨주는 깊은 행복을 경험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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