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는 평안
나의 괴로움의 근원은 언제나 근심이다. 내 마음의 염려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글을 쓰는 것도 결국 근심의 껍질들이 둥글둥글 모인 것. 그리하여 나는 한동안 이곳에 앉지 않았다. 내 마음이 뭉그러져 빛을 보지 못할 때 나는 독을 품은 펜.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반짝이는 재능과 끌림이 이곳으로 이끌었다. 노래에는 힘이 있다. 나에게 위로를 주는 한 가지 음악에 내 마음을 내려놓고 그리고 눈물을 쏟아내고 비웠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이 나를 슬프게 할 때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특히 그것이 나를 지켜주는 버팀목과 같은 이일 때 나는 더없이 흔들리는 갈대가 된다. 아빠. 나의 사랑하는 당신의 고통과 인내가 이 여린 마음에 가득히 다가온다. 그의 인생 안에 존재하는 행운을 누리는 나는 그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멀리서 그의 가슴이 온기를 유지하도록 마음으로 기도할 뿐.. 사랑의 신이자 위로의 신, 그저 존재만으로도 사랑이신 나의 신. 그분께 의탁할 뿐.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희미한 불빛 아래 나는 위태롭게 섰다. 발꿈치가 보일 듯 말 듯 하다. 자칫하다 미세한 한줄기 그것조차 잃을까 조마조마한 가슴 붙들고 하루를 살아간다. 하루를 산다는 게 그렇다. 도통 보이지가 않는다. 내 발아래 등불의 존재가 고마운 것임을 나는 모르고 있다. 왜 이렇게 어두운 것인지 고뇌하며 한발 한발 느리게 나아간다. 미안한 사람, 고마운 사람, 싫은 나 모든 것을 마주하게 하는 내 삶의 어둠. 왜 나는 어둠만 보려고 하는 것일까. 사실 나를 비추는 미세한 그 빛이 나를 이끄는데, 나는 주어진 삶을 가려 보지 못하게 만드는 그림자 안에서만 걷고 있구나.
부운 눈이 무겁게 내려오고 발라둔 로션은 모두 지워진 채 거칠어진 피부만 만져진다. 허나 나는 가벼움 안에 다시 생동하는 기분을 만끽한다. 울음으로 막혔던 코는 어느새 뻥 뚫리고 저렸던 자리는 자유를 찾았다. 기도와 노래는 내 눈을 뜨게 한다. 한줄기 빛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보이지 않아도 느끼게 한다. 내게 다시 평안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