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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운 Aug 30. 2024

멀어졌다 그것이 나쁜가?

내 잘못이다 인정하지만 인정하기 싫은 못된 심보

전에 퍼블리싱하는 회사에서 일할 때 만난 어린 동생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하 김모군) 그 친구는 제가 27살 때 20살이었고, 야망도 크고 꿈도 큰 친구였습니다. (군대는 결국 산업체로 갔지만...) 그때 김모군의 아버지가 제가 다니던 회사의 대표와 예전 거래처 관계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김모군의 사정을 들어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회사에 다니고 있더군요. 몇 번 조언을 해주다 보니 개인적으로 친해졌고, 집도 가까워서 종종 같이 술도 마셨습니다. 그때마다 전에 다니던 회사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고, 그 친구는 2년제 대학에 다니며 교수님들께 개발업무를 영업해 외주 일을 따내 큰돈을 벌기도 했습니다.


허나 가끔 저와 김모군의 성격이 맞지 않는 부분의 대화가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 때 마다 가끔 김모군이 선을 넘는 발언을 하기도 했고, 저도 그에게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서로의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후...몇 달 후, 김모군과 그의 친구가 진행하던 프로젝트에 저를 끼워주겠다고 해서, 얘기를 들어보고 흔쾌히 같이하자고 수락했습니다. 포트폴리오도 만들 겸 리액트 네이티브도 배울 겸 해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 셋팅이 오래 걸렸고, 당시 외주 일과 회사 업무가 겹쳐서 시간이 부족할 수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니 김모군은 흔쾌히 오케이 하더군요.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제가 감당하지 못해 프로젝트에 참여도가 낮아진 겁니다. 특히 제 노트북 스펙이 너무 오래되어 모바일 모듈 셋팅을 견디지 못했고, 컴퓨터가 자주 멈추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김모군은 마음이 급했던지, 종종 작업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자주 물어봤고, 제가 사정 설명을 하지 못하고 진행이 많이 늦어졌을 때는 아예 말을 걸지 않더군요. 진행이 더딘 건 제 탓이 맞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입장으로서 정해진 기일까지 어느 정도 진행해놨어야 했죠. 말씀드린 것처럼 제 상황도 어느 정도 있었고, 중간에 참여하게 된 입장이라 입장 차이와 이해관계, 러닝커브 등이 서로 맞물려 있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친구의 태도는 참기 어려웠습니다. 세팅 과정에서 오류도 많이 발생했고, 코드가 조금만 틀려도 에러를 해결하는 데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했습니다. 게다가 회사 업무와 외주 일까지 겹쳐 일정이 예상보다 힘들었습니다. 디자인도 제가 어느정도 대충 맡아야 했는데, 프로덕트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프로젝트 모임에 나가니, '왜 못 했냐',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없이 그냥 저를 투명인간 취급하더군요.


소통은 정말 중요합니다. 소통이 안 되거나 일방적으로만 진행된다면, 그 관계는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모군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협업이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잘하는 부분은 끌어주고 못하는 부분은 밀어주는 과정에서 발전할 수 있는 건데, 업무에서 부진한 부분이 있다고 소통을 끊고 불편한 부분을 대화로 해결하지 않으니 ‘괜히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모군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다른 친구는 회사에서 개인 업무를 몰래 진행할 수 있었기에, 진도 차이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그 후 결국 프로젝트 관련해서 셋이 모여서 업무를 진행하는 날을 잡았습니다. 제가 호텔을 예약하겠다고 하니 굳이 그럴 필요 없다면서 이미 모텔을 잡아놨다고 하더군요. 일할 수 있는 책상도 없이 의자에서 밤새 코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저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때 마침 다른 제 지인의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가야 하는 상황도 겹쳤는데, 일이 이상하게 꼬여 제가 거짓말을 하고 그 상황을 회피한 사람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그 둘은 저를 배제한 채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날 장례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전화를 했더니, 김모군은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에게 모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초반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면 API 만들어서 줄 테니 따로 해라", "굳이 이 프로젝트에 끼어서 같이하고 싶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거짓말하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고, 그냥 하기 싫으면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거 아니냐" 등 쌓여 있던 불만들을 쏟아냈습니다. 저도 그 말을 듣고 많은 생각에 잠겼고, 그 이후로 그 친구와는 연락이 끊겼습니다.


업무적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제 잘못입니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데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은 분명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제 상황을 잘 아는 그 친구가 보여준 소통 방식은, 김모군이 다니던 군대 산업체 회사에서 겪었던 부당한 대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김모군과 연락이 끊어진 지금, 더 이상 그 친구에게 할 말도 없고 그 친구도 저에게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 내 주변에 비슷한 사람이 있는지, 혹시 나를 이렇게 느끼는 사람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이 글을 보고 연락이 온다고 해도, 사실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사과할 수 있겠지만, 결이 맞지 않는 것은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과 같기 때문에 맞춰질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제 푸념과 변명이 가득한 글이라 부끄럽기도 하지만, 사회생활에서 만나 사적으로 이어지던 인연이 이렇게 끝날 수도 있구나, 내 한계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고, 성격만 보고 일을 벌리다가는 큰코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글로 한 번 정리해보고 다른 사람과 이 내용을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회사라면 내일만 잘해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좋은 회사, 정말 좋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회사라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자주 붙어 있으면서 상대방의 장단점과 불편해하는 부분을 파악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남깁니다.


앞으로 김모군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일 뿐, 다른 사람과 잘 맞아서 좋은 프로덕트를 내놓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요. 남의 불행을 바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항상 나와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고 느끼는 요즘, 지금 있는 인연들을 조금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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