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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Jun 27. 2022

불편했던 28시간의 비행

출국장에서 친한 언니와 통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비행기에서 어떻게든 잠을 자려면 에너지를 소비해야 했기에 불이 꺼진 면세구역을 돌고 돌며 통화를 했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비행기에서 뜬 눈으로 지새웠다. 원래 수면장애가 심한 편인데, 출국 한 달 전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 연장선으로 비행기에서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나는 기질상 불안과 회피 성향이 큰 편이다. 나를 잘 모르는 타인이 볼 때는 안정적인 성향으로 착각을 하는데, 절대 그렇지가 않다. 작은 것에도 잘 놀라고 변화를 매우 싫어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에게 위협의 요소가 오거나 불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피해버리는 성격이다. 그런 내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겠다며 발을 한 발자국 뗀 것이다. 여차여자해서 비행기를 타기는 했는데 진짜 맞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에 불안을 가중했다. 


확실히 여행과는 다른 느낌이다. 여행은 마냥 설레고 마음이 편안했는데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불안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돌고 돌았다. 나는 마이너스의 삶을 살아 본 적이 없다. 딱히 크게 손해 보고 산적도 없고, 은행의 잔고가 마이너스가 된 적도 없다. 근데 당분간은 마이너스의 삶을 살아야 한다. 심적으로도 불안한데 통장의 잔고까지 불안할 것을 예상하니 마음이 아려온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적지 않은 돈만 버리고 오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되었다. 하지만 돈은 마이너스가 될지라도 경험이라는 플러스가 생길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만은 말자며 비행기여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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