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6

D-56 2021.11.5

by 유영

나도 나다.


하루의 휴가를 보내고 다시 출근했다. 아니 다시 지옥으로 입성했다. 회사보다는 지옥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곳이다. 회사 입구에 들어가기 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거북이를 만났다. 그리고 5분 뒤에 사무실에 퍼지는 손톱 깎는 소리. 거북이는 손톱이 200개가 되는 걸까? 매일매일 손톱을 정성스레 깎고 있다. 소음에 매우 취약한 나는 그 딱딱 거리는 소리가 미칠 것 같다. 비위 상하는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 무언가 집중을 하려 하는데 이제 거북이와 여사님이 싸우기 시작한다. 참으로도 성실하다. 이렇게 성실하게 싸우기도 싶지 않은데 말이다. 여기까지가 매일 반복 되는 패턴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패턴 가운데 적응 못하는 ‘나도 나다.' 싶은 순간이다.


게다가 오늘은 추가된 것들이 있다. 본인이 담당했던 업무가 제일 중요하다면서 다른 업무는 쳐다보지도 않는 그리고 큰 행사를 앞두고 업무분장을 하지 않는 팀장도 마음에 안 든다. 나도 그냥 넘어가면 될 것을 옆에서 애태우고 있는 어린 동료를 보니 쉽게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그래 또 ‘나도 나다’ 싶다.


그리고 휴가를 무산 시킬 뻔했던 동료도 힘들다. 연신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 말도 참 싫다. 하지만 또 미안해하지 않으면 또 미워하겠지. 그래 ‘나도 나다.’싶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책상 위 물건들을 던지면서 틱틱 되면서 이야기하던, 지금은 권력인 마냥 친한 사람들에게만 소위 말하는 고급 정보를 주는 정규직 직원도 마음에 안 든다. 그냥 그 기분 맞장구 좀 쳐주면 되었을 것을 꼿꼿하게 있었던 ‘나도 나다.’ 싶다.


이렇게 지옥 같은 회사에서 가장 힘이 들게 하는 것은 ‘나도 나다.’라며 이유를 나에게 찾는 나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 지내는 것 같은데 겨우 버티고 있는 나는 결국 자책하며 모든 이유를 나에게 찾고 있고 그렇게 나를 벌하고 있다. 꼭 큰 죄를 지어서 지옥에 가야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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