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5

D-55 2021.11.6.

by 유영

내가 없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문득 문득 기억이 난다. 큰 행사를 치르고 난 뒤, 모든 행정 업무를 마무리하고 주말을 맞이하고 나니 생각들이 나를 잠식하고 만다. 누에가 뽕 잎을 먹듯이 나의 생각들이 나를 먹어치우고 있다. 어떤 표현보다도 먹어 치운다는 이 표현이 맞겠다 싶다.


물론, 바쁜 상황 속에서도 문득 문득 올라왔다. 하지만 멍하니 앉아있게 될 정도로 만들지는 않았으니깐…. 나는 그 시험을 왜 봤었을까? 그리고 왜 떨어져서 이렇게 자책하고 있을까? 때로는 이렇게 모든 것이 쉽게 가지질 않아서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를 제외한 모두는 참 쉽게도 길을 찾아가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거 같은데, 나는 길을 찾는 일도 더디고 길을 가다가 이내 주저 앉는 것 같아 속상하다.


그 시험에 붙어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걸까? 그려지지 않는 흐릿한 미래 가운데 내가 찾으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유학을 가지도 않아도 되는 것, 조금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것, 사무관이라는 명칭을 다는 것, 지금 보다는 월급이 오르는 것, 나에게 갑질했던 시청 직원과 나를 무시하는 지금의 회사 사람들에게 사무관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참 후지다. 하지만 이렇게 후진 이유는 계속 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근사한 이유 하나 이야기하지 못하는 걸 봐서는 떨어진 게 다행인가 싶다. 하지만 일분도 지나지 않아 머릿속에서는 후진 이유를 계속 되면서 나를 괴롭히고 있다. 모든 이유들이 후진 까닭은 그 안에 내가 없고 다른 사람밖에 없다. 그래서 참 후지다. 나는 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과연 나는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D-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