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1 2021.11.10.
나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어제오늘, 기분이 계속 언짢다. 잠은 당연하듯 제대로 못 잤다. 회사에서 겪었던 모든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거북이가 센터장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호소했던 그날, 센터장은 나를 불렀다. 그리고 같은 운동권이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며 봐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팀을 바꿔 달라는 나의 요구에 “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고민이 된다.”라고 답변했다. 이 말도 안 되는 답변은 회사에서 발생했던 모든 상황에 추임새처럼 끝에 붙는 마법을 발휘한다.
성추행의 한 가운데에 있을 때도, 김차장이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를 때도, 본인의 성과를 위해서 거북이가 괴롭혔을 때도, 그리고 어제 울보 직원의 사건에서도…. 결국 회사에서 갈등이 반복될 때마다 내가 성격이 나쁜가, 못된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나를 잠식시켜 버리곤 한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를 소급해서 나를 괴롭히는 못난 사람이 되어버렸다. 센터장의 말에 의하면 나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니깐.
출근이 무섭다. 사무실에서 마주 앉아있는 그녀를 쳐다보는 것도 자신이 없다. 게다가 비밀이 없는 이 회사에서는 천사라고 표현되는 그녀를 울려버렸으니 나는 또 이 세상 못된 사람이 되어버릴 테지. 이미 결론을 알고 있으니 잠자는 것이 무섭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 새벽 내 얼마 안 남은 기간을 남겨두고 그냥 퇴사를 해야 하나 깊게 고민했다. 결론은 의외로 성실한 나답게 출근하고 말았다.
오후에는 나를 제외하고 모두들 출장을 나갔다. 이제야 살 것 같다. 사실 아침에 잠깐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 덕분에 바쁜 업무 사이에서도 나는 생각을 되새김질하고 있다. 과연 나는 사회 부적응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