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2

D-52 2021.11.9.

by 유영

울면 어쩌자는 거야.


우리 센터는 12월에도 행사에 참여한다.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팀장에게 호소해서 겨우 파견직 직원 한 명이 충원되었다. 하지만 파견직 직원은 회사 경험도 없는 휴학생이고, 행정적인 권한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낯선 상황에서 행정적 상황을 처리할 수 없으니 누군가는 도와야 하는 상황이다. 실무 경험이 별로 없는 부장은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고 싶은 건지 헤매고 있는 직원을 뒤로하고 아침부터 주식 이야기에 신나 있다. 그런 모습도 얄미워 죽겠는데, 파견직 직원 책상위에 실무적인 건 나에게 물어보라는 문서의 문구를 본 순간, ‘아, 또 독박이겠구나.’ 싶다. 그래서 업무 분장을 하자고 이야기 했다.


근데 이런 업무 분장도 있는지 궁금하다. 부장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고 독박 쓸까 두려운 나만 이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나머지 팀원은 부장과 동등한 태도로 내가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주장만 한다. 어디 사규에 적혀있나? 왜 내가 당연히 혼자 독박 쓰는 것이 당연한 걸까? 두 사람이 주장하는 이유는 내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진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런 식으로 업무를 나누는 것이 어디 있지? 회사 근속 연수가 많은 사람은 그럼 당연하게 일을 많이 하는 거고, 경험이 없는 직원들은 그럼 손 떼고 있어야 하는 건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나는 사례집을 발간해야 하는 업무도 남아있고, 소진해야 하는 휴가도 많고 퇴사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근데 도저히 먹히지가 않는다. 동료는 메인 업무는 내가 하고, 자기는 보조만 하고 싶다고 떼쓰듯이 주장을 한다. 그리고 부장은 그게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두 사람의 속마음을 안다. 이 업무에서 발생하는 귀찮은 일에 신경을 끄고 싶은 거겠지. 녹음테이프를 틀어놓듯이 계속 반복되는 상황 가운데, 결국 나도 치사하게 나갔다. 10월에 행사할 때 내 업무를 도와준 적 있냐고 입을 떼버렸다. 나는 매일 밤 10시에 퇴근을 했고 시청 담당자에게 시달렸고 디자인 업체와 새벽 1시까지 카톡을 하며 겨우 버텼다. 그리고 주말과 대체 연휴도 반납했다며 호소했다.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동료는 갑자기 울면서 뛰쳐나갔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은 단 하나. ‘울면 어쩌자는 거야.’


나에게 동료의 생일을 챙겨주지 않았다고 소리쳤던 김 차장도, 본인의 감정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일일이 센터장에게 이야기하던 거북이도 그리고 울보인 그녀도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회사에서 본인의 감정대로만 처리하는 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감정을 추스르고 들어온 그녀와 다시 시작된 회의. 이 상황에서 부장은 본인이 행정사항을 하겠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그녀는 격양된 목소리로 모양새가 이상하다면서 본인이 한다고 한다. 둘 다 뭐 하자는 건지를 모르겠다. 결국 유야무아로 업무 분장이 끝났다.


나는 오지랖 넓게 울보인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 행정업무는 누가 담당해서 해야 하는 업무가 아니라 인력난으로 생겨난 문제이고 우리 팀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아니 부장이 이야기 해야 할 일은 나는 또 왜 하고 앉아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상황보다 더 황당한 것은 그녀의 태도이다. 그녀는 눈도 안 마주치고 건성으로라도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아, 너도 예의라고는 없는 사람이구나?’


그녀가 눈이라도 마주쳤으면 건성이라도 대답을 했으면 다시 무언가가 조정되었겠지. 하지만 팀 내의 평화를 위해서 본인이 하겠다는 부장도 있고, 모양새를 위해서 본인이 하겠다는 울보도 있으니 나도 이만 손을 떼보기로 한다. 근데 뭔가 억울하다.


이렇게 회사에서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나는 심하게 괴롭다. 이렇게 본인들의 감정을 쏟아 낼 때마다 나는 감정 없는 인형이 되어가는 기분이 된다. 오늘 잠은 다 잤다. 분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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