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5

D-45 2021.11.16.

by 유영

똑똑하게 말하자.


오늘은 건강검진 일이다. 회사를 안 가는 것만으로 신이 나지만 어제 먹었던 대장약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몇 년 전 선종을 떼어내기도 했고, 언니가 위암 투병 중이니 위와 장은 꼭 해야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맛없는 약을 꾸역꾸역 참아가며 먹었다. 그렇게 도착한 병원.


건강검진을 하게 되면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 기다림 속에 다양한 생각들을 하기도 하고, 이것저것을 관찰하기도 한다. 병원 벽을 두리번거리다 건강검진 비용을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꽤 비싸다. 이럴 때는 회사가 마냥 고맙다. 좋은 것을 해줄 때는 제법 괜찮은 것 같고, 나쁜 것으로 돌려줄 때는 아주 싫어진다. 무슨 애증의 관계 마냥…. 하긴 회사가 무슨 잘못이겠어. 회사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문제지라고 생각하며 길고 긴 검사시간을 버틴다.


온몸을 스캔하듯이 진행되는 건강검진 항목 중에 하나를 뺐다. 그런데 예년과는 다르게 접수처에서 그 항목에 대해서 제외 여부를 묻지 않는다. 의아해하며 다른 항목들을 검진했다. 그리고 내가 뺀 항목을 대기시키는 순간, 간호사에게 그 항목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알아들 수 없는 말로 받으면 된다고 했다. 해당 과 간호사 선생님은 당황해 있는 나의 팔을 잡고 기계 다루듯이 휘둘렀다. 어이 없어하는 나를 보며 의사선생님은 놀라셨고 수간호사 선생님은 당황하셨다. 두 사람의 사과와 함께 접수처 직원과 간호사 선생님 두 분은 혼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누가 잘못인 건가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부터 확인하지 못한 나의 잘못 인가, 아니면 조금 더 똑 부러지게 말하지 못한 나의 잘못인가, 그도 아니면 접수처 선생님부터 첫 단추를 잘 못 꿴 것이 잘못인걸까.


다행히 의사선생님의 위로와 수간호사 선생님의 사과로 조금은 나아졌지만 놀란 마음은 가라앉지가 않는다. 불편한 상황이 되면 나에게 잘못을 찾는 것 같아 이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의 탓을 하기도 그렇다. 다른 사람을 탓하다가도 나에게 다시 죄책감을 찾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도 다시 한 번 회사 탓을 해본다. 괜히 건강검진 항목을 많은 것을 택해서 이런 꼴을 당한다고.


이번에도 회사, 네가 잘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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