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9

D-39 2021.11.22.

by 유영

도와줘? 말아?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다. 그래서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직원C가 쩔쩔매고 있는 모습.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내가 처리하면 10분이면 처리할 일을 몇 시간째 잡고 있는 걸 보게 된다. 회계부서와 계약부서 여기저기 전화하는 것을 보면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무슨 마음이니?


직원C가 울면서 뛰쳐나간 이 후로 소위 겸상도 안하고 있다. 감정 없는 사람처럼 앉아서 웃고 떠드는 것도 싫고 그렇게 나의 점심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래서 또 다시 혼자만의 고립을 택했지만 나쁘지 않다. 나의 고립 때문에 고달파 진 것은 더딘 업무처리일 뿐. 이 상황이 나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에 어느 정도 묵인하고 있었는데 가라앉은 마음이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이럴 때 물어보면 대수롭지 않게 설명해 줄 수 있는데 괜히 내 눈치만 더 보고 있다. 그 모습도 싫고 이 직장에서 데인 게 많은지라 또 속고 싶지 않아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늘은 그렇게 도와줘? 말아?를 반복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결국 침묵을 택했다. 이유는 회사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이다. 혼자 뚱땅뚱땅 일을 처리하다보니 빠른 일처리를 위해 사람들은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재미있는 것은 나를 제외한 곳에서, 업무 적인 것은 내가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직원C도 주요한 일은 내가 처리하길 바라고 본인은 보조만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던 것이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이렇게 지나가기로 했다. 더 이상 회사를 나쁘지 않게 만들기 위해 계속 내가 나쁘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쁜 회사는 어느 한 사람이 빠져나가면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조금 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고 생각이 무뎌진 탓에 나는 회사를 나쁜 회사로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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