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꿈이었던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과 새로 생긴 꿈인‘전공서적 책을 집필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고민없이 프랑스로 가는 것이 맞았다. 아니면 진짜 한국에서 국내 박사를 하기 위해 학교에 들어가거나. 그런데 나는 엉뚱하게 이직을 생각했다. 그때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실패하는 느낌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간의 회사를 다녀오면서 온갖 폭언에 시달려왔고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좋지 않은 상황들을 꽤 많이 겪었었다. 그 과정에서 심리 상담을 6개월 동안 받았지만 나에게 아직까지 큰 상처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공부하러 학교를 가는 것은 단순히 공부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도망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이런 마음과 다르게 비자는 잘 준비되고 있었다. 물론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어 소소하게 사고를 치기도 했다.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으니 세심하게 준비할 수가 없었다. 진행해야 하는 절차들은 최대한 미루어가며 준비했다. 처리 기한이 다가오면 마음이 급해져 실수가 계속 생겨났다. 나름 공기업 10년 차의 경력을 가지고 있어 웬만한 행정처리는 눈 감고도 한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렇게 실수하고 수습하고 실수하고 수습하고를 반복하며 비자 준비를 마쳤다.
나는 “어? 나 진짜 가? 진짜?” 이렇게 당황하면서 프랑스로 가게 되었다.
프랑스는 서류의 나라답게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다. 뭐 사실 이유도 있겠지만 나의 거처가 바뀌는데 번거로워야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복잡한 행정처리를 준비하면서 나의 기질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겁 많고, 게으르고, 낯선 곳에서는 유난히 두려워하는 겁쟁이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