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의 내 모습을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되고 인정하게 되자 말도 안 되게 가벼운 마음이 생겨났다. 너무 무겁게 가지 말자. ‘그냥 일 년 정도만 살다 온다고 생각하고 가자.’사실 학교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학 점수가 필요했고 그 시간을 일 년으로 생각했으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뒤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설명할 때, 일 년 살이 하러 간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벼운 문제를 나는 왜 안고 살았는지 모른다.
이제, 그동안 나의 머릿속을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실패했던 마음’을 풀어내야 하는 차례이다. 생각해 보면 실패했다는 것은 그만큼 도전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실패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집착하는 나에게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옛 동료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잃을게 무서워서 두려운 거야.”라고 이야기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너무 많은 대안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대안들이 빚 좋은 개살구라고 생각했다. 모든 경우의 수가 나를 환대해야 한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고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데, 그때의 나는 실패했고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끝까지 가본 길에서 이 길은 너의 길이 아니니 다른 길을 간다고 이야기해 주었고, 만약 이직이라는 길이 맞는다면 조금 쉬고 와도 그 길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렇게 나는 친구의 말을 되새기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