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질 자체가 예민하고 유난히 겁도 많다. 그래서 나의 기질을 숨기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다행히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어느 정도 가리면서 산다고 생각했는데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 전혀 아닌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들이 낯설고 힘들었다. 일명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왔는데 외국에서 거주해본 경험이 없는 부모님은 도와줄 수 없었고 나는 조금의 비용을 지불한 유학원을 부모님처럼 생각하며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에 도착하면 얼마나 나는 무너지고 실패할까’라는 두려움과 함께 ‘조금은 겸손해 지겠다.’라는 양가의 감정이 생겨났다.
사회생활을 10년 간 해오면서 어느 정도 머리가 커져온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고, 업무를 하면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동료들 앞에서는 티를 내려하지 않았지만 어깨가 올라가 있을 때가 꽤나 많았다. 이랬던 내가 프랑스를 가면 전혀 아닌 나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 사실이 무섭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프랑스가 나를 혹독하게 대하지만 않는다면 공부하는 시간을 넘어 그 곳에서 나의 남은 삶을 시간을 새로이 꾸려도 되겠다라는 건방진 생각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