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물건들을 매우 많이 구매했다. 처음에는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인데, 다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미 해외 생활을 경험했던 친구들은 물건을 바리바리 들고 가면 안 쓰고 오는 것들이 반이고, 물건을 안 가지고 가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느라 한 달은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면 되는데 친구들은 내가 가는 지역 프랑스 중부지방의 작은 도시이고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다며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들고 가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어학연수 및 유학 짐 목록 리스트를 찾아가며 물건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매우 다양한 물건들을 주문하고 나서 한 일주일 동안은 매일같이 물건이 배송되었다. 어떤 날은 현관문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문 앞에 택배 상자가 쌓여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계속 반복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단 한 가지였다. ‘나는 그동안 임시의 삶을 살았구나.’ 물론 부모님과 계속 거주하고 있었기에 혼자 살아갈 때 필요한 물건들이 상대적으로 없었던 것도 있지만, 내 마음속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독립을 하게 된다면 이라고 되새기며 임시적으로 물건을 샀던 것도 있었다. 임시적이라고 이야기하자면 조금 더 저렴한 물건을 하거나 잠깐 쓸 용도로 물건을 사는 것이었다. 내가 프랑스로 이동하지 않고 결혼을 하거나 독립을 했었다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상대적으로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하기 쉬운 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니깐. 물론 프랑스에서도 잠시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비교적 값싸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살 수 있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잠깐을 살아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고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나의 취향에 맞는 물건들로 나의 공간을 꾸미고 싶었다.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대해서 공부했고 관련된 일을 하였던 나에게 새로운 공간을 꾸미는 것은 단순하게 물건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며 물건을 구입하고 짐을 쌌다. 결국 공간이 모자라서 당장 입을 옷들은 국제 택배로 받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출국 수속 당시 추가로 150불을 지불하였다. 하지만 도착한지 3시간 만에 한국에 있는 우리 집과 내 방과 비슷해진 것을 보면서 나의 결정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