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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어갑니다 Jan 27. 2021

제왕절개 vs 자연분만

제 몸은 제가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어느덧 임신 35주 차에 진입했다.

배는 점점 터질 것 같은데 주변의 선배님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헤헤..

더 나올 게 있나 싶을 정도로 나와야 하고, 배가 터져 먼저 죽겠다 싶을 때쯤 출산이라고 한다..


32주 차 정도에 진입하면서 슬슬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왔었다.

막연한 두려움을 현실화하면서 고민하기 시작한 '분만 방법'.

다행히 무조건 자연분만, 무조건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서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점은 미리 감사한다.

처음에는 '이 아기가 언제 뱃속에서 나가고 싶어 할지 운명에 맡겨볼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단순히 아기에게만 맡기고 기다리기엔 나는 내가 너무 소중하고.. 내 성격은 생각보다 예민했다.


수많은 출산 후기를 읽어보고 분만방법에 대한 유튜브도 여러 개 찾아보았다.

결론은 없었다. 모든 것은 사바사, 케바케로 결정은 내가 내려야 했다.

당연한 일이지만서도 다행히 남편은 여러 후기와 유튜브를 같이 봐주며 온전히 나의 결정에 따르겠다 해주었다.


1. 통증 2. 수술에 대한 두려움 3. 회복 속도 4. 질 늘어남 5.3대 굴욕 등 

나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게 뭘지 생각해보았다.

나의 생각은 티피컬한 각 분만법의 장단점과 조금은 성격이 달랐다.

임신을 해서 배가 부르는 것도 어쩌면 인간이 동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과정일 텐데 

자연분만의 과정은 내 기준치를 초과하는 동물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경험자들에 의하면 너무 아파서 창피함 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하지만, 그런 아픔을 무릅쓰면서까지 분만 자세로 고통을 겪어내야 할 의미가 나에게는 없었다.

즉, 나에게는 분만의 상황이 트라우마로 남아 오랫동안 내 머릿속을 지배할 것이 가장 두려웠다.

(나의 가장 큰 조력자들인 엄마와 남편 모두 나의 이런 생각을 전적으로 이해해주었다.)


두 번째는 언제 올지 모르는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35주에 진입한 요즘도 싸르르한 생리통 같은 아픔이 올 때마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 진진통이 언제 시작될까, 시작되면 주기를 체크하고 이 악물고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다.

날짜가 정해지면 적어도 막달 고통의 끝이 정해지고, 아기를 만나는 날까지 마음을 좀 더 다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나의 최종 결정은 선택 제왕이고, 그전까지 별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2월 20일에 아기를 만날 예정이다.

결정을 하고 일사천리로 병원에 수술 날짜와 시간을 확정하고 나니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기에 출산에 조금 더 덤덤해지고 여유를 갖게 되었다.


물론 젊고 건강해서(심지어 아가의 머리도 작고 위치도 좋다.) 자연분만을 하기에 최적의 상태인데 왜 굳이 수술을 하냐는 지인들의 얘기도 왕왕 들었다.  

그렇지만 자연진통의 고통과 원초적인 시간은 오롯이 내 몫이기에 나는 나의 선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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