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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어갑니다 Feb 28. 2021

아기를 낳았다!

출산 그리고 육아 시작...

아기를 낳았다.

꺼냈다는 표현이 정확할까?


제왕절개를 택한 나에게 출산이란 드라마나 영화처럼 경이롭고 눈물이 줄줄 나지는 않았다.

마취제에 취해서 꿈을 꾼듯한 느낌을 받을 뿐이었다.


벌써 딱 일주일이 흘러 아가는 태어나서 두 번째 토요일을 맞이했고,

정신을 차리고 있음과 동시에 처음 육아로 다시 정신이 나가고 있다. 

정신이 완전 나가버리기 전에 남겨보는 출산 후기.


작년에 했던 갑상설관 낭종 제거 수술처럼, 

재작년에 했던 유방 섬유선종 제거 시술처럼,  그 지난해에 받았던 앞트임처럼 똑같았다. 

정해진 날짜, 시간이 되어 병원에 방문했다.


이른 아침 수술 예정이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늦잠 잘까봐..) 비몽사몽 한 상태로 신랑과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서야 드디어 '오 이제 몸이 가벼워지고 셋이서 집에 오는 건가.'라는 생각만 잠시 했다.


결혼 전 날에도 쿨쿨 자서 친정엄마의 서운함을 살만큼 큰 일에 초연한 편이지만, 

돌아보니 30년이 넘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스펙터클했던 일주일이었던 것 같다.


항생제 반응 검사부터 제모, 태동 검사, 척추 마취 등을 거쳐 수술에 들어갔다.

(위의 모든 과정들은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닌 절차일 뿐이라 자세히 적을 필요가 없었다.)

수술 직전 보호자와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할 때는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아  데면데면 인사를 해버렸다.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누가 날 깨웠다. 내 딸과의 첫 만남이었다. 

아 뭔가 물에 띵띵 불은 작고 귀여운 물체가 눈을 감고 있었다.


다시 일어나니 회복실이었고, 그 길로 지옥 같은 2박 3일이 펼쳐졌다.

첫날은 소변줄로 일어날 수 없었고, 둘째 날은 울면서 걸어 다녔고, 셋째 날은 괜찮은 줄 알았는데 넷째 날이 되고 보니 아픈 날이었다. 마약 중독자처럼 시간만 되면 진통 주사를 찾았다.


웃긴 건 그 와중에도 아기를 보러 꼬박꼬박 내려갔다. (코로나로 인한 신생아 모자동실 금지)

너무 아픈데 너무 귀여웠다. 저 것이 내 뱃속에서 있었다니 

부모 마음이 이런 건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통증이 심할때 마다 이래서 옛날 어른들이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라고 했나 싶기는 했다. 하하

그럼에도 이틀이 지나자 눈을 감아도 아기 얼굴이 둥둥 떠다녔다. 

속싸개에서 엄지손톱만한 발이 빠져나왔을 때는 너무 귀여워서 창문뚫고 들어갈 뻔 했다.

평소 주변의 아기를 봐도 별 감흥 없던 내가 이럴 줄 몰랐는데, 나에게 배신당한 느낌이다. 하하

호르몬의 영향인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눈물이 줄줄 났다.


나는 이렇게 

결혼 후 4년 넘게 아기를 가질 결심을 다지고 또 끝없는 고민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했던 것 보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얼떨결에 엄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리고 신과 함께가 계속됐다면 아마도 여덟 번째 지옥 '수유 지옥'에 빠졌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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