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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어갑니다 Mar 21. 2021

엄마가 되어버렸다.

엄마란 기다림 내려놓기 그리고 실로 대단한 일

'엄마'라는 단어는 부를 줄만 알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하루에도 수십번씩 불러재꼈는데 ... 미안합니다 나의 엄마


'엄마가 되어가는 중'을 제목으로 쓸까 고민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엄마'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생각보다 별거 없다. 

내 이름 석자 대신 딸, 아내, 언니, 며느리, 손부, 김대리에다가 명사 하나가 더 생겼을 뿐 푸하


정확히 지난 달 20일에 갈랐던 배가 아직 욱신욱신한 것으로 보아 내 몸이 회복 중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배가 아프네. 좀 누워볼까.' 라는 여유는 확실히 사라지다 못해 간절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별에서 지구로 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곤히 자고 있는(이렇게나마 적을 시간을 줘서 상당히 고맙다..) 우리집 아기 천사는 나와 신랑, 그러니까 본인의 엄마, 아빠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오게 되었기에 오롯이 책임을 다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보니 

하루 아침에 사라진 나의 일상들,

오전에 마시는 커피 한잔, 욕하면서 먹는 회사 점심, 나를 가꾸는 필라테스, 퇴근 후 친구들과의 한 잔, 짝꿍과의 오붓한 데이트 등등등의 모든 시간이 조금은 덜 아쉽고 아니 사실은 아쉬워죽겠지만 버틸 수 있는 뿌리가 되어 준다.

나만 믿고 세상에 온 작은 사람이기에 


한 달동안 엄마로 살면서 깨달은 것은 두 가지였다.

기다림, 그리고 내려놓기

엄마가 되기 전 엄마가 나한테 그랬다. '자식은 기다림이라고.'

정말 그러했다. 아기를 만나려면 10개월을 기다려야하고, 2시간의 수유텀이 늘어나 통잠이 자길 기다려야하고, 개월 수에 맞는 발달 과정을 기다려야 한다. 

더 작은 부분에서는 매 순간이 기다림이다. 100ml도 안되는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트림이 나올 때까지 토닥여줘야하고, 딸국질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앞으로도 매일 또 다른 기다림으로 아기와 나의 시간이 채워질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내려놓기였다.

내려놓기란 '아기라서 그렇다.' '내가 낳았으니 도리를 다하자.' 라는 마음으로 나를 달래는 일이다.

생각보다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기에,  하물며 내 일도 내마음대로 안되는데 타인의 일이 내마음대로 될리가 없기에 마음을 비워야만 했다.

조리원에서는 잘자던 아기들이 집에만 오면 안잔다는 얘기는 사실이었다. 

잘 자지 못할 때도, 잘 먹지 않을 때도, 이유 없이 오랜시간 칭얼거릴 때도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니 

시작도 끝도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기가 조금은 덜 힘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된다는 건 실로 대단하고 어마어마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할지언정, 누군가는 '맘충'이라는 단어로 비하할지언정 

임산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아무나 할 수 없고, 평생 마음을 다스려야하기에 그 어떤 업적보다도 위대한 일이다.

아기랑 24시간을 사람이 아닌 몰골인 채로 끝도 없이 있으며 창 밖을 바라보면 

눈물이 흐르거나 비참한 기분이 든다거나, 무기력해지고 땅으로 꺼지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나를 다독거린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못하는 일을 해내고 있다고.


오늘도 밤잠을 설칠 초보 엄마 그리고 모든 엄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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