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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어갑니다 Apr 12. 2021

초보엄마의 초보육아

아기와 함께한 50일 돌아보기

오늘이 몇월몇일인지 무슨 요일인지, 바깥날씨는 어떤지 모른채 52일이 흘렀다.

회사에 다닐 때는 가장 중요했던 것들인데, 전혀 신경쓸 겨를이 없어져 버렸다.

엄마된지 52일, 아기와 만난지 52일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젖소 생활

일단 아기를 낳는 순간 내 가슴의 정식 명칭이 '젖'으로 통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어이없다..

아기를 낳으면 많든 적든 모유가 나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유를 당연시한다. 

임신,출산,수유 수순인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나아가 모유수유를 하지 않으면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모유수유라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고 힘든 일이다. 정말로 고행을 하는 심정이다.


자세도 너무 불편하고, 아기의 배는 자주고파지고 결국 아기도 나도 모유 수유에 적응하지 못했다.

수유를 할 때마다 젖은 불어터지기 일보직전이고, 아기는 힘들어서 빽빽 울어재끼는데 뒤돌아서면 또 배고프다고 신호를 보낸다. 쩝쩝..

누구를 위한 모유수유인지 알 수 없었기에  곰이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다는 100일을 목표했지만, 하루하루 너무 행복하지가 않아 결국 50일을 기점으로 수유를 중단했다.

아기가 옴뇸뇸 젖을 빠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힘들어도 계속하게 된다지만, 젖병으로 분유를 먹는 모습도 너무 귀엽다.


모성애를 꼭 모유수유로 느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아기는 본능적으로 엄마를 찾기 때문에 모성애는 끊임없이 생겨난다.), 소젖을 먹어도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잘 살아가기에 나는 나도 아기도 편하고 행복한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식단과 유축에서 벗어난 지금 나는 너무 살 맛난다!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오빠'와의 관계

신랑과 나는 '우리'로 함께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우리'였는데 아기가 태어나고 난 뒤에는 그야말로 각개전투 중이다.

가장으로서의 무게를 짊어지게된 오빠는 때마침 회사가 무척이나 바빠져 매일 야근을 하고, 모처럼 퇴근을 일찍하는 날에는 나 대신 자정까지 아기를 본다. 나는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을 담당한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둘 중의 한 사람마 외출이 가능하기에 우리는 따로 주말을 보내고 있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져 무척이나 아쉽고, 어쩌다 배려깊지 못하 말을 할 때만 서운해 죽을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색깔만 달라진 '우리 관계'를 잘 갖고 있으려는 과도기에 있다.

예전만큼 취향으 나누거나 대화를 하거나 데이트를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먼저 잠든 내 이마에 뽀뽀를 해주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 출근길을 가뿐하게 해주는 모습으로 말이다.    

게다가 공통의 목표까지 생겼으니 우리의 심적 거리는 한 걸음 더 가까워졌는지도..!


Special thanks to 나의 아가, 이 글을 쓰도록 빠른 숙면을 취해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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