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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어갑니다 Oct 08. 2020

같이 사는 법 3

기혼 여성의 영원한 숙제 ‘시댁 혹은 시집’


‘시댁’ 이야기를 주제로 잡고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글 몇 자에 다 녹여낼 수 있을지 며칠이나 고민스러웠다. 과연 이제 겨우 신혼 티를 벗은 내가 감히 말해도 될 주제일지.


해마다 명절 이후 이혼 상담과 이혼율이 증가한다는 얘기를 명절 증후군 같이 대수롭지 않게 느꼈는데, 내가 기혼자가 된 뒤로는 그럴 수 없었다.


올 해는 코로나로 인해 이혼율이 늘지 않았다는 기사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행으로 시가를 방문하지 않으면 이긴듯한 느낌을 주는 세태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풍경이 나타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한이 서려 있는 걸까.


결혼할 때부터 별난 시어머니가 많다지만 다행히 결혼 준비 과정에서는 큰 사달 일어나지 않았었다.

결혼 전 명절에 나를 불러 인사시킨다는 명목도 없었고 당황스러운 예단 예물과 같은 과정도 없었다.

스스로 독립적으로 커온 아들 덕이기도 했고, 유난스러운 모녀 사이가 오히려 돋보인 덕도 한몫했다.


아들만 키워온 엄마들은 원래 무던한가 싶은 생각으로 앞으로 그냥 편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건 새댁의 안일한 생각이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집을 받아들인다는 건

평생을 다르게 살아온 같이 사는 사람 ‘하나’와 조금씩 끼워 맞춰 나가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우선 절대로 끼워 맞춰지지 않았다. 함께 하는 동안 내가 맞춰지거나 서로 간의 거리를 두는 것 외에 ‘타협’이란 있을 수 없는 구조였다.


선무당이 사람 잡아보려고 처음에는 낯선 집안의 희한한 문화를 바꿔보고자 무던히도 애썼다.

특별한 날 현금보다는 선물을 주고받는 우리 집의 모양새가 더 마음에 들어 신중히 고르고 여러 번 선물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워낙 표현을 하지 않으시는 분이라 핀잔을 주지도 않으셨지만 원헌드레드퍼센트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지금은 가장 간단한 현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게 되었다.

주방을 단단히 지키고 있는 시할머니가 계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편한 식사를 위해 외식을 해보고자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보았지만 또 겉도는 것은 나 혼자였다.


그렇게 여러 번을 부딪힌 뒤에 깨달았다. 절대로 테트리스와 같은 게임이 아니구나.

어른들을 바꾸는 것보다는 내가 포기하는 편이 훨씬 쉽고 빨랐다. 

다행히 무리하고 황당한 변화는 없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다.


시집을 받아들인다는 건

내가 시집의 딸이 될 수 없고, 남편이 친정의 아들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른들뿐만 아니라 나 또한 오롯이 인정해야만 했다.

우리 엄마가 아니기에 대들거나 싸울 수 없었고, 서운해도 서운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순간순간 섭섭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남편의 내 칭찬에 미적지근한 반응들

일본어를 구사하는 내 덕에 떠난 가족 여행에서 일본에서 살게 되면 아들을 바쁘겠지만 내가 심심하겠다는 농담 (3박 4일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인 건 아들이 아닌 제 입 입니다만…)

임신한 나를 보며 매일매일 안타까워하는 엄마와 달리 힘들지? 에서 끝나지 않고 그래도 얼굴은 아주 좋아 보여.라는 안부 인사까지

나쁜 의도가 전혀 없는 분이라는 걸 알지만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깨우치는 순간들이었다.


올해 추석도 만만치만은 않았다.

모두가 직장생활을 하니 길었던 연휴에 하루쯤은 효자 아들 효녀 며느리 코스프레를 하고자 근교로 모시고 나갔다.

결과는 긁어 부스럼이었다.

워낙 의견을 말씀하시지 않고 ‘다 좋다~.’ 하시지만 원하는 것이 항상 있기에 진정한 팔로워도 아닌 것이 나는 늘 아리송한 말들 속에서 정답을 찾아내야 했다.

하루 종일 정답 찾기에 지친 나를 데려가 말없이 새 운동화를 사주는 신랑을 보며 본인이 더 불편했겠지 싶어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모르는 사람과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쯤 해답을 구할 수 있을까.

5년째 수련 중이지만 50년이 지나도 모를 일이다. 모두가 평안한 명절을 보냈기를 빌어보며 삼일 간의 꿀 같은 휴가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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