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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어갑니다 Oct 23. 2020

임신 일기

임신을 한다는 것, 내 몸이 변한다는  것

안정기에 접어들고 나서 주변에 임밍아웃을 했다.


임신 소식을 알리고나서 백만 번 정도 들었던 ‘입덧은 괜찮아?’라는 질문.

나도 지인이 임신을 했을 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임산부가 되어보고 나니, 입덧은 임신 증상 오조 오억 개 중에 하나인 가장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였다.


심지어 나는 입덧이 많이 심하지 않았다. 아침 빈속이 가장 울렁거리는 정도였고, 냄새에도 크게 민감하지 않아 특별히 못 먹는 음식도 없었다. 물론 심하지 않다고 해서 평소와 같다는 것은 아니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시켰는데 갑자기 토를 한다든지, 도저히 못먹게 됐다든지 하는 일도 있었다. 밑도 끝도 없이 더부룩하거나 하는 디폴트 값은 늘 존재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응 입덧은 거의 없어 다행히도.”

병원에 입원을 한다던지 살이 몇 킬로나 빠졌다든지 하는 주변의 얘기에 비하면 없는 건 없는 거니까..


입덧이 없는 편이라 하여 절대로 살만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은 위로 겸 이렇게 대답했다.

“임신 체질인가 봐. 다행이다.”

왓? 노노 세상에 임신 체질은 없다.

임신이 병도 아닌데 오만가지 질병을 다 갖고 살아가는 느낌이다.

사람마다 증상이 달라서 나열하기도 어렵지만, 원래도 위장이 약했던 나는 초기부터 21주에 진입한 현재까지 극심한 변비, 체함을 기본으로 엄청난 두통에 시달렸다. 장이 꼬이는 느낌으로 출근 중 지하철에서 내려 찾아간 화장실에서 고통이 심해 119를 부를까 고민한 적도 있었고, 한창 두통이 있던 때의 편두통 최장 8일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다. 

배가 본격적으로 커진다는 20주에 들어서면부터는 골반, 허리, 꼬리뼈 등 각종 통증이 수반되기 시작했고 며칠 전에는 악! 소리를 내며 일어난다는 다리에 쥐남도 경험했다.


운동을 꾸준히 했던 편이라 건강과 체력을 자부하는 편이었고 임신 안정기가 되자마자 열심히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 다 소용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 몸인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요즘 출산 예정일이 며칠 차이 나지 않는 친구와 자주 이런저런 자주 대화를 하곤 하는데,

아직까지 임신 후 불편함이 대화의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대화는 항상 "예비엄마 대화냐. 환우회냐?"로 끝을 맺는다. 


태어나기 전에 많이 놀고 많이 자두라는 말을 육아 선배님들께 듣고 있는데,

혼자 살 때의 체력에 반도 안 되는데..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오는데 어떻게 많이 놉니까 떤배님..

심지어 잠은 오는데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잘 자던 나는 임신 후 밤에 깊게 자본 적이 없다. 왠지 모르겠다. 모든 것은 임신 탓이다. 나도 푹 자던 그 시절이 그립다.


아아- 누가 임신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임신은 현실이고 고통은 오롯이 임신한 육체에 수반된다.

하루는 아프고, 

하루는 다가올 출산과 육아가 두렵고,

또 하루는 임신과 회사를 병행하는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이 대견스럽다. (나 포함)

그리고 또 하루는 나와 아기 사이에서의 저울질로 우울해지곤 한다.

 

그리고 아직은 아주 잠깐 

잘 있다고 배에서 톡톡 신호를 보내는 아기를 느끼며 신기해하곤 한다.

모성애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내가 너무 하나.'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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