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생활의 마무리 즈음, 가파도에서 자전거를 탔다. 무척 예쁜 풍경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고 반짝이는 바다. 수없이 펼쳐진 코스모스 밭, 그리고 청색의 보리밭은 내가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치 인터스텔라 한가운데에 들어서있는 건물처럼, 그 광활한 초원 위에 덩그러니 있는 흰색 의 큰 카페에 들어가 청보리 아이스크림 사진과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진을 엄마에게 전송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엄마의 말은 정말이지 충격적인 말이었다.
“은주야. 너 자전거 잘 못 타지 않았니? ”
나는 그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이 말로써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엄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자전거를 잘 탄다. 곱하기를 배우던 시절부터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해서 영어학원을 자전거로 오고 가는 베스트 드라이버였는데. 한강에서도 약 1시간 정도를 달렸으며 작은 섬의 한 바퀴를 다 돌았을 정도로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데. 같이 사는 사이에 어떻게 이런 것도 몰라?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더군다나 함께 사는 사이라면.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지겹도록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더는 알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겨운 사이.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착각이다. 설사 그 사람이 가족이라 할지라도.
난 아빠가 클래식 음악을 했다는 것을 알지만 정확히 어떤 삶이었는지 모른다. 그저 아빠의 앨범 속에 흰색 옷을 입고 트럼펫을 부는 모습에 어렴풋이 아빠의 삶을 짐작할 뿐이다. 난 엄마가 종종 ‘아빠 말고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면 좋았을걸..’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수년 동안 듣고 살아왔지만 엄마의 첫사랑이 누구인지도, 그 중 가장 좋은 남자는 누구였는지도 모른다. 책장에 꽂혀있는 검은색 일기장 속 아빠의 수십개의 편지가 누구를 향한 편지였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고등학교 시절 책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지만 정확히 어떤 작가를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그저 어렸을 때부터 책장 속에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과 박완서의 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이 꽂혀져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은 아직도 모르겠다. 같이 살을 맞대고 사는 사이이지만 난 아직도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도대체 인간은 왜 이리도 누군가를 잘 안다는 착각을 하는 것일까.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틀림없이 거짓말일 것이다. 누군가가 누군가에 대해 온전히 다 안다는 것은 오만이다. 결혼한 사이라도 숨기고 사는 비밀이 있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러니 나는 인간의 관계라는 것에 계속해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길을 걷다말고 멍하니 서서 생각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관계란 무엇인가. 어떻게 남남에서 서로 살을 맞대고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일까.
세상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부단히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