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사랑이 물감놀이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흰 천 속에 짙게 스며들었던 물감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물을 쏟아 부어야 어느정도 희석이 되고 희미해진다. 그 사람으로 물든 나의 마음 역시도 계속해서 물을 붓고 빨아내야 조금이나마 색깔이 빠진다. 온 세상이 그로 물들었던 마음을 지워내는 일은, 이토록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든 물든 물감을 지워내야할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로 인해 물들 수 있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이 아닐까. 잠깐이라도 물듦으로써 내 삶이 반짝일 수 있어서, 내일이 기다려져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