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의 숨겨진 속뜻
문득 공부를 하다가 드는 생각. Spoil이라는 단어가 참 흥미롭다. Spoil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망치다와 행복하게 하다. 언뜻 보면 상반된 의미로 보이지만 엄연히 이 둘은 통하는 의미가 있다. 전자는 말그대로 망친다는 의미고, 후자는 행복하다는 의미인데 이 상반되는 의미가 어찌 한 단어에 담겨져 있는 것일까?
후자는 눌러왔던 욕망을 분출함으로써 자신의 루틴을 '망치는 것'으로 의미하면 되겠다. 해야할 일을 하느라,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느라 꾹꾹 눌러담아온 욕망을 분출함으로써 내가 견고하게 지켜오던 루틴은 망가진다. 눌러왔던 욕망을 분출하면 행복해지니까. 대신 기존에 유지해오던 견고한 루틴을 망침으로써 그보다 더 큰 행복을 얻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유지해오던 루틴의 견고함을 유지하고 안정감을 얻을 것인가, 혹은 그것을 망침으로써 쾌락을 얻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연속의 삶에 놓여있다는 생각을 했다.
문득 이 단어가 사랑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 역시도 나를 망치면서 행복하게 한다. 나의 루틴을 망치도록 하고, 기분에 따라 행동하도록 만든다.
이것은 행복한 망침이다. 내가 망가져도 좋다. 그저 그와 조금이라도 함꼐 할 수만 있다면. 지나가는 일 분 일 초라도 그와 함께 한다면. 늦게까지 통화를 하느라 다음날 늦잠을 자도 좋다. 그와 맛있는 것을 먹느라 내 다이어트가 잠시 망해버려도 좋다. 그와 영화를 보느라 과제를 잠시 미루어도 좋다.
그렇게 행복한 망침 속에 빠져 하루종일 허우적거릴 수 있다면야 행복한 일 아닐까. 어쩌면 사랑으로 지칭되어야 할 영단어는 love가 아니라 spoil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그만큼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