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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Nov 22. 2021

사랑은 이기적인 것

사랑과 이별은 결국 이기심에서 비롯된다.


내 인생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라 생각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누구와 함께하지 않으면 외롭고 고독하다지만 , 내가 이토록 외로운 것은 필시 사랑할 대상의 부재 때문일 것이라 확신했다. 어느 곳이든 사랑을 쏟고, 가능하다면 사랑을 받아도 보자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사랑으로 인해 마음이 풍족하다고 느꼈던 때가 있었고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속이 점점 빈곤해졌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늘 계절이 지나가는 순간에는 이따금 어떤 것이 사무치게 그리워지고 결국엔 혼자서 외로워했다. 왜 나는 자꾸 누군가를 바라는 걸까. 내 존재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내가 서러워 눈물도 자주 훔쳤다.


표면적으로는 계속해서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애를 쓴 것 같지만 , 사실 나는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려 노력해왔다. 이 얼마나 쓸쓸한 인간인지. 그래서 이제는 나 자신을 사랑하려 노력하는 일에는 진절머리가 난다. 난 나를 사랑해. 그런데 너는 ? 너는 나를 사랑해?


나는 내가 가엽고 애처롭다. 너도 네가 가엽고 애처롭겠지. 우린 어쩔 수 없고 그래서 자꾸 누군가를 사랑하며 나를 위로하려 했다. 사랑이란 말은 그래서 이기적이고 늘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눈물샘은 또 어떻게 된 모양인지 별것 아닌 일에 하늘이 떠나가라 울고 행복한 일에 마음 편히 웃지도 못했다. 사실 나는 자주 마음이 아파서 울었는데 , 이 사실을 털어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에 배로 울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를 달래주는 건 결국 나였으므로. 사랑하는 것은 결국 나를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그랬던 내가 처음으로 너를 만났다. 내가 기쁜 일에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에 함께 눈물 흘리는 사람. 난 그 순간 네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외로움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사랑이란 감정은 이기적인 것이다. 어쩌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것도, 끝을 보게 되는 것도. 정말로 그를 위한다는 마음보다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자주 그 사실을 까먹고, 그래서 상대에게 자꾸만 많은 것을 바란다. 평소에는 이기적인 네가

나에게 만큼은 덜 그래주었으면, 어쩌면 세상을 비롯해 널 둘러싼 타인에게까지 이기적인 네가 나에게 만큼은 덜 이기적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랑 앞에서는 그렇게 멍청해진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이기심을 망각해서 헤어졌다. 만남의 시작도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면서. 우리는 헤어질 때마저도 서로의 이기심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헤어졌다. 만약 우리가 서로의 이기심을 이해했다면 헤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조금 다를 수 있었을까? 인간이란 작자가 본래 이기적인 것이니 그 어떤 일이라도 용서하고 넘어갔더라면, 우리가 좀 달라졌을까?


알 수 없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내가 다시 혼자 외롭기를 택했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 편이 고독은 심했어도 고통은 덜 했다. 차라리 혼자 아프고 서로를 덜 미워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미워지는 일은 용납할 수 없는 감정이기에. 어쩌면 네가 있는 한 외로움따위 없을거라 생각했던 것은 대단한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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