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편지를 모두 잃어버렸어
아침에 일어나서 편지를 부치려는데 편지가 없는거야 깜짝 놀라서 서랍도 뒤지고 침대 밑도 뒤지고 옥상으로도 갔는데 없었어 편지가 혼자 소멸했어
아니야 진짜 있었어 원래는 내가 시간이 나면 부치려고 가방에 계속 넣어다녔어 얼마나 넣어다녔냐고 ? 한 일년 쯤? 너무하다는 말은 하지마 그럴 사정이 있었거든 너도 알다시피 우리 다들 바쁘잖아 맞지
읽을 책도 산더미고 운동도 해야하고 친구들도 만나야하고 그냥 그렇잖아 다들 미루잖아 그렇고 그런 삶이잖아
가방에 두고 다닌지 벌써 일년이 지났어
일년째 되는 날 오늘은 진짜 부쳐야지 하고 부치려는데 없는거야 이게 이상하다 ? 뭐지? 했는데 진짜 없었어 없었다니까 편지가 없었어 내가 진짜 열심히 쓴 편지였는데
그거 내가 작년 크리스마스에 너무 외로워서 혼자 아트박스 갔다가 산거야 아무리 외로워도 사랑 잃지 않아야지 뭐 이런맘 그래서 그 편지지 그냥 단순한게 아니야 나름 삶에 대한 긍지 뭐 이런 심각한 거 있는 편지지라고
근데 잃어버렸어 진짜 허무하지
내생각은 그래 그냥 편지 혼자 소멸한거야
언젠가는 부쳐질 줄 알았는데 아니래 넌 자꾸 기다리라 하니까 자기 혼자 미칠듯이 화가 나버린거지
가방 속에 놓인 채로 그렇게 기다렸는데도 자기 차례가 아닌거지 결국은 일년이 지나도 부쳐지지 않는거지
그래서 결국은 편지 혼자 소멸했어 참 슬픈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