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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Jan 27. 2022

버스는 서울숲에서  내려주세요

구름이 걷힌 날

사람들은 모두 바쁘게 꼬까옷을 입고

하나둘 바깥으로 나와

입술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다

꽃잎을 머금은 듯

그들의 얼굴엔 햇살이 가득하다


피곤한 퇴근길로 바쁜 양화대교

그 속에 유독 서울 숲 가는 사람들만

방실방실 웃고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호수를 가득 채운 벚꽃들

달빛이 비친 물결

도심의 소음을 벗어난

외딴 꽃 마을


아마도 그런 것들이 좋아서 웃는 거겠지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다가

서둘러 짐을 싼다


아저씨 저도 서울숲에서 내릴게요

이미 내린 사람들 가운데

혼자 거북이처럼 늦게 소리를 외치는 사람


궁금해요 웃는 삶이 어떤건지

알려주세요 하루가 그렇게 꽃으로 물드는 방법을


빨간 벨을 눌러 하차한다

꽃을 머금은 사람들에게 합류한다

물어본다 저기요 제가 내렸거든요

그러니까 내려서 서울숲을 왔어요

어 왜냐면 여기 가는 사람들이 행복해보여서

아까 버스 타셨죠? 저 따라 내렸는데

죄송해요 두서없죠 아아 그게 아니고

제 질문은 뭐냐면 행복하세요?

행복해보이시거든요 그게 부러워서​ 따라내렸어요

엄청 꽃을 머금으신 것처럼 막 웃으시길래



그 사람이 말한다

꽃보면 행복하지 않아요?


고개 들어 꽃을 바라본다


아!

이렇게 행복을 찾는 거구나

아저씨 버스는 항상 서울숲에서 내려주세요

여기 꼭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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