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지 않아도 사랑인 사람이 되고 싶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굳이 애쓰지 않아도
물을 타고 흐르듯 투명한 시냇물을 흘러
자연스레 목적지에 도착했으면
아무도 없는 곳
그곳에 맨 발로 누워 가만히 있어도
긴 긴 낮잠을 깨고 일어나면
모든 게 꿈처럼 이뤄져 있는
몽환의 날들이었으면
가만히, 가만히
모든 것을 잊어버려도 괜찮은 마음
새롭게, 새롭게
모든 걸 지워버려도 괜찮은 마음
깨져버린 장미병
하지만 이내 곧 본드로 붙여내면 괜찮아지듯
나는 다시금 그렇게 살아나서
금이 가버린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있어
위태하지 않아
네가 걱정해도 나는
산산 조각이 되어도 나는
다시 일어나지
짙은 나무 껍질 속에 둘러싸인 여린 풋내기 이슬들
그 모든 이슬을 주워담아 하나의 물방울로
물방울이 모여 다시 하나의 웅덩이
웅덩이가 모여 하나의 호수
호수가 모여 바다
윤슬이 내리 쬐는 바다
그곳을 유유히 유영하는 나
이 모든 건
두꺼운 껍집을 뚫고 나온 여린 마음들
그 모든 이슬들이
반짝인다
햇빛에 비쳐 눈부시게 반짝여
그 누구도 바다에서는 울지 않아
왜냐하면 바다는 크거든
함부로 작은 물방울을 만들어낼 수 없을 만큼 크거든
바다를 말하지 않아도 바다인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이든 말하지 않아도 이미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을 말하지 않아도 사랑인 사람이 되고 싶다
우중충한 날씨. 나가기 싫어 흰 창문과 노트북만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쓴 시. 마음에 드는 걸.. 빳빳한 종이에 내어 말린 흰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