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야기
나는 사주팔자와 MBTI를 믿지 않는다. 그것들은 상대방이 추측하는 나의 이미지일 뿐 내가 보는 나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는 꼭 그런 사람이어야 될 거 같은 느낌과 그랬던 사람이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와 반대로 사주팔자와 MBTI에 흥미를 지닌 누나가 어디선가 점을 보고 온 적이 있었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누나가 그 사람에게 나에 대해 물었고, 그 사람이 이런 대답을 했다고 했다.
“동생은 어릴 때 이미 어른이 됐네. 그것도 어쩔 수 없이 말이야. 그래서 외로움도 많이 타는 거고. 생각해봐, 어린애들은 한창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나이인데 그 시기에 어른이 된 거면 얼마나 외롭겠어. 지금도 그렇고…”
누나에게 전해 들은 그 말을 통해, 나는 '어른'이란 무슨 존재이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봤다.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 것이며 그 기준은 무엇이며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는 무엇이지? 등의 의문들이 나의 머릿속에 맴돌았고, 내가 도출해낸 정답은 이러했다.
어린이와 어른은 모음 ‘ㅣ’ 자 하나로 이미지가 정반대로 바뀐다.
어린이는 순수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어른은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무채색의 순수함과는 달리 여러 가지 사건과 사상, 관계 등으로 이루어진 다채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때로 그것은 정형화되어 보이기도 한다.
또한 어린이는 자라나는 나무와 같다. 호기심을 가지고, 순수함을 바탕으로 내면의 지식과 외적인 모습 등을 가꾸며 자라나는 나무 말이다. 그렇기에 어린이의 ‘ㅣ’ 자는 나무의 이미지다.
하지만, 태풍이 불어닥치면 뿌리가 뽑혀 쓰러진 나무들이 적잖게 보이듯이 나무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약해지고 넘어진다. 쓰러진 나무는 그 순간 나무가 아니다. 생명을 잃은 나무는 더 이상 성장할 수도 없으며 양분을 흡수할 수도 없기에 그 자체로 살아있는 모습을 한 나무이지만, 실상은 죽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쓰러진 나무의 모습을 한 것이 우리 ‘어른’이다.
그렇게 우리는 각기 다른 크기의 시련을 겪고 넘어지는 순간부터 어른이 된다.
누구는 아주 어린 시절의 시련으로 '소년·소녀 가장'이라고 불리고, 누구는 나이가 들어도 어린이처럼 순수함을 잃지 않은 채 살아가며 남들에게 ‘피터팬 증후군’을 가진 사람 혹은 '어른이' 라고 불린다.
만약, 모두가 세상이 규정한 대로 스무 살에 어른이 된다면 앞선 말들은 세상에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