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말 중에 “L'heure entre chien et loup”라는 말이 있다. 낮과 밤이 만나는 지점.
즉, ‘황혼’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이 프랑스어는 우리나라 말로는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번역한다.
이 단어는 낮의 붉은색과 밤의 푸른색이 만나 형성되는 잔상효과로 인해 멀리서 다가오는 것이 나를 반기러 오는 개인지, 나를 죽이러 오는 늑대인지 알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개와 늑대의 시간은 황혼의 시간보다 더욱 빠르게 다가온다.
그때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악한 마음을 지니고 접근하는 늑대인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접근하는 개인지 구분하지 못하면 당신은 반드시 상처 입을 것이다.
황혼의 시간이 서서히 다가올 때 가로등의 불빛이 켜지듯이 우리도 인간관계의 황혼기에 횃불을 들고 주위를 밝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다가오는 것이 늑대라면 횃불을 휘둘러 쫓아내면 된다.
쫓아내기 위해 횃불을 밝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상대의 첫인상을 쉽게 믿지 않는 것이다.
첫인상은 상대와 만난 지 단 2초 만에 결정된다고 한다.
‘첫’이라는 글자가 포함된 것 중 대부분은 우리 뇌에 각인돼서 잊으려고 해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첫사랑’ ‘첫 해외여행’ ‘첫 취업’ 등이 그렇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짧게 우리에게 인식되면서도 사라지는 데에는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첫인상’이다. 그리고, 더더욱 위험하다.
1937년 베를린으로 가 히틀러와 처음 회동을 가졌던 외무장관 핼리팩스가 히틀러는 전쟁을 벌이기를 원하지 않으며 평화 교섭에 개방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던 것처럼 개인적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첫인상은 우리에게 아주 단면적인 것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가 정말 당신이 생각한 첫인상 그대로의 선의를 가진 사람인지, 아니면 나를, 나의 감정을 집어삼킬 늑대일지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만약, 상대가 당신이 처음 베푼 호의에는 커다란 감사를 보냈지만, 시간이 지나며 당신의 호의가 당연하다는 듯이 여긴다면 횃불을 들어 쫓아내는 것이 상책이다.
나는 상대를 쫓아내기 위한 기준선으로 ‘하인리히 법칙’을 사용한다.
주로 산업재해 현장에서 적용되는 이 법칙은 ‘1번’의 대형 사고가 있기 전에는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고, 그 이전에는 ‘300번’의 보이지 않는 잠재적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때로는 1 : 29 : 300의 법칙으로도 불린다. 이 법칙을 인간관계에 대입해보면 이렇다.
한 사람과 절교를 하기 전에는 29번의 작은 다툼들이 있고, 그 이전에는 300번 정도 그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갈지 고민하며 심리적 갈등을 겪는 과정이 있다.
잘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과 자주 다투는 친구가 있는가? 아니면 그 사람을 만나면 당신이 불편한 감정을 느끼거나, 당신이 지고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런 사람이 당신 주변에 있다면 거리를 서서히 벌려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서히'이다.
너무 빨리 그 사람과 거리를 두게 되면 상대는 분명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 당신의 험담을 주변에 할 가능성이 있으며 당신은 온갖 질문들에 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서서히 연락의 수를 줄이며 거리를 두게 되면 바쁜 일상에 쫓겨 연락을 못 하는 것처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인간관계도 산업재해와 같다. 누군가의 마음이 붕괴되고, 다친다. 그리고 그 마음을 복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