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365장의 원고를 가지고 있다. 그 원고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어딘가로 옮겨지고, 각각의 원고 속 내용은 절대 수정할 수 없다.
365개의 원고가 다 끝나면 우리는 다시 365장의 원고를 받는다. 그리고, 저마다의 시간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그 원고에 마지막 글귀를 남긴다. 쉼표로 이어져오던 원고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365장의 원고는 모두에게 주어진다. 거지, 부자, 청년, 노인 너나할 것 없이 신이 내려주는 이 원고를 받는다. 그리고 이 원고에는 한가지 원칙이 있으며 누구도 이 원칙을 거절할 수 없다.
그 원칙은 자신 스스로 원고의 마침표를 찍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특수한 경우는 더 이상 받을 원고가 없을 때에만 가능하다. 쉼표는 언제든 어느곳에나 찍어도 된다. 쉼표와 마침표는 큰 차이를 지니기 때문이다.
'쉼표'는 말 그래도 ‘쉬는 포인트’이다. 하지만, '마침표'는 ‘마치는 포인트’이다. 쉼표가 있다는 것은 뒤에 내용이 더 있거나, 더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쓰는 이야기가 어둡고, 슬프고, 재미 없는 내용이라고 해도, 쉼표가 찍히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진다. 과연 이 내용의 연속일까 아니면 엄청난 반전이 숨겨져 있을까 하며 말이다.
하지만, 마침표를 찍으면 당신의 원고는 어둡고, 슬프고, 재미없는 원고가 된다. 그건 그 글을 쓴 당신조차 다시 꺼내 보고 싶지 않은 원고가 될 것이다. 그러고 싶지 않다면 함부로 마침표를 찍지 마라.
우리는 모두 작가이다. 또한 우리가 쓰는 각각의 책 속의 주인공도 우리이다. 주인공을 죽이거나 살릴 수 있는 사람 또한 오직 작가뿐이며 우리는 매일 새로운 원고를 받는다.
어제의 원고 속 잘못되거나 안 좋은 내용들은 오늘의 원고 속에서 고쳐나가면 된다. 그리고, 오늘의 원고 속 내용으로도 끝나지 않는다면 잠시 쉼표를 찍고, 다시 새로운 원고에 글을 적으면 된다.
절대 마침표를 찍지 마라. 마침표를 찍기에는 당신의 원고는 아직 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