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이야기

by 이담

예전에 한 스승과 제자가 있었다.

어느 늦은 밤, 스승이 명상 할 자세를 취하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이냐.” “저는 호랑이를 무서워합니다.” “왜 호랑이가 무섭느냐.” 스승이 다시 묻자 제자가 자신이 두려워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말했다. “그 날카로운 이빨과 눈에서 뿜어져나오는 살기를 보면 마치 저 자신이 돌이 된 듯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수행 동안 그 호랑이를 절대 생각하지 말거라.” 명상이 시작되자 제자는 호랑이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호랑이의 모습은 더욱 구체적으로 변하였고, 마치 자신을 노려다보며 슬금슬금 다가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 모습이 현실인지 자신의 상상인지 구별마저 힘들어진 제자는 곧바로 눈을 뜨고, 문 앞에 서 있는 스승에게 말했다. “스승님, 아무리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호랑이 생각이 떠나지를 않습니다.” 그러자 스승이 말했다. “이리 와보거라.” 제자는 스승이 서 있는 문 앞으로 향하였다. 그러자 스승이 제자에게 하늘에 떠 있는 별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별만을 보며 그 모양이 어떠한지 나에게 설명해보거라” 스승의 말을 들은 제자는 그 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자신의 생각대로 별의 모양과 느낌을 말하였다. 그러자 스승이 제자에게 말했다. “그럼 저 별을 바라보며 너가 두려워하는 호랑이를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해보거라.” 제자는 스승의 말에 따라 호랑이를 떠올리려 노력했지만, 별자리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호랑이의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이에 제자가 웃으며 스승에게 말했다. “스승님, 호랑이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스승이 웃으며 말했다. “너가 두려워하는 것은 저 별과 같은 것이다.”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자가 의아하다는 듯이 대답하자, 스승이 말했다. “지금 눈을 돌려 주변을 바라보거라.” 제자가 그 별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둘러보자 무수한 별들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윽고, 스승이 다시 말했다. “다시 내가 가리켰던 별을 찾아보거라.” 하지만, 제자는 찾을 수 없었다. 별들이 너무 무수했으며 주변 자연에 시선을 빼앗긴 후였기에 자신이 어느 별을 바라보았는지 구별을 할 수가 없었기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못 찾겠습니다.” 제자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하자 스승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두려움 또한 너가 바라보는 것일뿐, 두려움이 너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너가 그것을 바라보는 것을 멈춘다면 그것 또한 너를 바라보는 것을 멈출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역설적 과정’이라고 부르는 이론이 있다. ‘사람은 의도적으로 무엇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 수 없다’는 이 이론은 특정 생각을 금지하면 오히려 뇌가 그 생각에 더욱 주시하도록 설정되며 떠올리지 않고 싶은 그 생각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두려움과 공포도 마찬가지이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 더욱 생각하게 되고 스승이 가리킨 별을 보던 제자처럼 그 생각에만 집중하게 된다. 별과 두려움은 시선이 한 곳으로 모여지는 ‘소실점’이다. 소실점을 바라보고 있으면 주변의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름다운 추억, 자연, 그림, 사람들 이 모든게 나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오직 소실점만을 바라보게 된다. 당신이 만약 ‘목표’라는 소실점을 보고 있다면 좋다.

하지만, 당신이 만약 ‘실패’,‘좌절’처럼 어두운 소실점을 바라보고 있다면 나의 시선과 생각이 어두운 소실점에 꽂히지 않도록 다른 일에 집중하라. 운동이든 여행이든 공부든 뭐든 좋다. 별을 보며 두려워하는 호랑이를 생각할 수 없었던 그 제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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