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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 Nov 08. 2022

"부끄러운 인생을 살았습니다."

문학 분석 1탄.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이번 글은 제가 평소에 쓰는 에세이와 다르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분석하는 글이며 총 2회차에 걸쳐 연재될 겁니다.

<인간실격>은 처음에 읽으면 어둡고 읽기 싫지만, 두 번, 세 번 넘게 읽다보면 글자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던 '죄와 벌','아버지','술' 등 인간실격의 주축이되는 단어들을 분석하였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해당 글은 웅진출판에서 펴냈으며 '허호'선생님이 옮기신 <인간실격> 도서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들어가며 

우리는 역사 소설이나 추리 소설을 볼 때 해당 작가가 어떠한 인생을 살았는지 의식하며 읽지 않는다. 그러나 고백적인 작품(사소설), 혹은 수필 같은 것은 어느정도 작가의 일생에 대해 알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경우가 그렇다. “패전 후 혼란한 시기를 우리는 다자이 오사무라는 한 사람에게 의지해 버텼다. 그는 청춘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오쿠노 다케오), “인간의 나약함을 다자이 오사무만큼 잘 그려내는 작가는 드물다.”(뉴욕타임스)며 대내외로 찬사를 받는 사소설의 대가이자 자기혐오와 가학으로 점철 된 그의 문학을 알기 위해서는 그의 일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가 소개

그의 본래 이름은 츠시마 슈지이다. 그의 아버지 겐에몬은 기즈쿠리 마을의 부농인 마쓰모토 가문에서 온 데릴사위이며, 현회 의원, 중의원 의원, 귀족원 의원 등을 지낸 지역의 명사였다. 그의 필명 ‘다자이 오사무’는 1933년 <선데이 동경>에 그의 단편 『열차』를 발표했던 시기에 처음 사용한 이름이었으며 본명이 아닌 필명을 사용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의 스승 이부세 마스지는 다자이 오사무가 자신의 이름인 츠시마를 부르면 자신의 고향인 쓰가루 지방의 방언의 영향으로 “치시마”라고 들리지만, ‘다자이’는 자신이 읽어도 ‘다자이’라고 들리기 때문에 다자이라고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중심 소재는 ‘죄의식’, ‘익살’, ‘파멸’이다. 이러한 문학적 소재는 작가 자신의 삶 속에서 탄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그러한 그의 문학은 20세기에 쓰여졌음에도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읽히고 있다. 그의 대표 문학 작품으로는 『만년』, 『신햄릿』, 『사양』, 『달려라 메로스』, 『인간실격』 등이 있다.



1. 다자이 오사무가 활동할 당시의 일본

다자이 오사무는 1925년 ‘아오모리 교우회지’에 <마지막 섭정>이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다양한 글을 쓰기 시작하여 1933년 『열차』를 통해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가 본격적인 작가로서 활약을 펼친 1930년대부터 자살하기 전인 1948년까지는 좌익 운동 탄압과 언론 통제, 중일전쟁, 제 2차 세계대전, 패전, GHQ의 점령 등 일본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이렇듯 다자이 오사무는 시간적으로 비정상적이며 특수한 시대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2. 다자이 오사무 작품 변천사

 그의 문학은 총 3기(전,중,후기)로 나눌 수 있다. 자살미수와 약물 중독에 빠져 폐인 생활을 하던 1기가 있다. 그의 첫 번째 자살미수는 1935년 잡지 <문예>에 발표했던 『역행(逆行)』이 새로 창설된 제 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작 5편에 이름을 올렸다가 차석(2위)으로 낙선한 뒤 발생하였다. 그가 자살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평소 자신이 동경해 마지않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이름을 딴 상에서 수상을 하지 못했다는 것과 미야코 신문사 입사 시험에서 낙제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자이 오사무는 평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존경하였다. 둘의 공통점은 '자살'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우울증은 매일 팔굽혀펴기 20회만 해도 나을 병이다.”라고 말한 ‘미시마 유키오’의 스승이자 다자이 오사무의 아쿠타가와 상 수상 실패 당시 선고위원이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작자는 현재의 생활에 어둠이 끼어 있어, 재능을 있는 그대로 발산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라며 그의 사생활에 대한 평가를 하였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바라본 다자이 오사무의 생활의 어둠은 친가에서 부쳐주는 돈으로 요정을 들락거리며 만난 ‘오야마 하쓰요’로 인한 호적에서의 제명, 유부녀와의 동반자살 기도, 좌익활동을 하며 시도한 자살 기도 등을 이야기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평가에 대해 다자이 오사무는 <문예> 잡지에 『가와바타에게』라는 글에 “새나 키우고 무용이나 보는 것이 그렇게 훌륭한 생활인가”라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삶 또한 훌륭한 생활이 아니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 복막염 치료를 위해 사용한 진통제 파비날에 중독되어 있었으며 오야마 하쓰요의 간통 사실을 알고 동반 자살을 감행했다가 다시금 실패한다. 그렇게 암담한 생활의 1기가 지나가고 그는 자신의 문학 스승인 이부세 마스지의 소개로 만난 이시하라 미치코와 재혼을 하며 비교적 안정적 생활을 하며 2기를 맞이한다. 

 2기 문학작품은 대부분 전쟁 시기인 1938년에서 1945년까지를 의미하며 당시 그의 문학은 전후기의 반속(反俗), 무뢰(無頼), 도화(道化)에 비해 작풍이 완전히 바뀌어 착란과 동요보다는 사랑(愛), 미(美), 정직(正直) 등의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여학생』, 『사랑과 미에 대해』, 『피부와 마음』, 『아무도 모른다』 등이 있으며 ‘용모’와 관련한 작품들 또한 많이 발표하였다. 그는 중기라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작품의 변화를 마치 옷을 걸친 모습처럼 표현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멋쟁이 동자』, 『복장에 대해서』, 수필 『용모』 등이 있다. 기존의 ‘무뢰’, ‘반속’과 같은 그의 장르가 ‘사랑’, ‘미’라는 장르의 옷으로 갈아입게 된 이유로는 그 시기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의 삶에서 허무적이고, 자극적인 그의 1기 작품들은 소비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전쟁이 모두 끝나고 패전 후의 황폐화된 사회 속에서 다시 무뢰적이고, 가학적인 제 3기 문학이 시작되었다. 대표작으로는 몰락 귀족의 이야기를 담은 『사양』, “부끄러운 인생을 보내왔습니다.”로 대표되는 『인간실격』 등이 있다. 『인간실격』은 본래 유년시절 가슴 속에 품어두었던 악을 꾸밈없이 써두고 싶어서 1933년 동인지 <바다표범>에 연재했던 '추억'에서 밝힌 자신의 이야기를 자학적으로 과장시켜 서술하는 것이 특징이다.


3. 자기혐오의 시작

 첫 번째 수기에 등장하는 “부끄러운 인생을 보내왔습니다.”라는 자기비판적 문장은 소설 속 첫 번째 수기만의 도입부가 아닌 작품 전체이자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생에 대한 독백이라고 볼 수 있다. 해당 도입부 다음에 ‘나’는 자신의 실패담을 열거하며 자신은 인간의 이상적인 생활(결혼, 취직, 가장 등)과 어울리지 않는 인간임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 다자이 오사무의 일생은 실패와 절망으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유년기 시절 오사무는 바깥일로 바빴던 부모님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며 유모 손에 자라며 『인간실격』 속 요조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과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하였다. 정상적인 가정의 모습이 아닌 다소 비정상적인 가정의 모습에서 자란 요조는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철학자 라캉에 의하면 우리는 모두 유아기 시절 두 번의 이별을 겪으며 자기 무의식 속에 남들에게 인정 받고, 사랑 받고자 하는 욕망이 생긴다고 보았다(인정욕구). 요조의 무의식 속에도 집에 잘 들어오지 않던 부모님에게 사랑받고자 하고, 사랑스럽게 보이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욕망이 있었고, 그는 ‘익살’이라는 방법으로 남들을 웃기며 그들에게 사랑 받고자 한다. 그가 남들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이 절실히 드러난 부분은 도쿄에 출장을 가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무엇을 가지고 싶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남들이 주는 무건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거절할 수도, 양자택일의 능력조차 없다고 이야기하며 아버지의 표정을 살피며 아버지에게 사랑 받고자 자신이 원하는 책이 아닌 아버지가 자신에게 원하는 이상적인 아들의 모습에 어울리는, 혹은 이상적인 아이들의 모습에 어울리는 ‘사자탈’이라는 단어를 아버지 수첩에 몰래 적어두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의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은 부모님이 자주 출장을 다녔기에 충족할 수 없었고, 이러한 욕망은 자신에게 두 번의 이별을 경험하게 한 어머니와 같은 ‘여성’에게로 옮겨진다. 두 번째 수기에서는 요조는 중학교에서 호리키라는 친구와 함께 비합법인 좌익활동에 가담하며 요조는 자기 스스로를 ‘태어날 때부터 어둠의 자식’이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을 혐오한다. 이러한 혐오의 배경에는 실제 다자이 오사무의 집안 배경이 크게 관여하였는데 그 이유는 마을의 대지주인 자신의 가문이 예전부터 고리대금업이라는 ‘불법적인 사업(비합법)’으로 가세를 키워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집안 배경을 알게 된 다자이는 자신의 계급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게 되었고, 강자독식의 자본주의와는 반대되는 공동분배의 마르크스 주의에 투신하게 되지만, 계속 활동을 하면 가정에서의 지원은 중단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곧바로 활동을 중단한다. 이후, 요조는 유부녀와 동반자살을 시도하지만, 여자만 죽고 본인은 살아남게 되는데 이러한 두 사건은 요조에게 있어 자기혐오와 죄의식을 안겨준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 주체성이 상실된 요조의 성격은 그의 일생에 불행을 안겨주었으며 집안 배경과 동반자살에 대한 죄의식을 안고 살아가며 자기를 혐오하던 요조는 친구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며 그 곳에서 자신은 이상적인 삶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존재라는 것과 일반적인 인간의 삶을 살아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스스로 인간의 자격을 잃었다고 밝힌다. 


4.인간혐오

 요조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남들과의 교제를 끊을 수가 없었다. 항상 남들에게 사랑받고 싶어했으며 사랑받는 방식으로 ‘익살’이라는 가면을 쓰게 됐지만, ‘나’의 내면에는 인간에 대한 혐오와 의문이 가득하다. 그는 하녀나 머슴들에게 그러한 짓(성추행)을 당하면서도 힘없이 웃기만 한다. 세상이란 어린아이의 말보다는 어른의 말을 더 신뢰할 것이라며 세상을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그렇게 ‘맑고 밝고 명랑하게’ 세상과 인간을 불신한다. 이후, 그는 호리키와의 다음 대화를 통해 인간이란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에 대해 지레짐작하며 그것을 모든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가치판단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아아, 인간은 서로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처럼, 평생을 눈치채지 못하고, 상대가 죽으면 울면서 조문을 읽는 것이 아닐까요?”

(중략)

 하지만, 너도 이제 적당히 계집질은 그만둬야지. 더 이상은 세상이 용납하지 않을테니까.”

세상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인간의 복수(複數)일까요?

 “세상이란, 자네가 아닐까?”

 ‘너는 너 개인의 무서움, 기괴함, 악랄함, 교활함, 요사함을 알라!’ 하는 따위의 갖가지 말들이 가슴 속에서 오갔습니다만, 저는 단지 얼굴의 땀을 닦고는,

 “진땀! 진땀!”

 하며 웃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그는 ‘루바이야트’의 시구를 인용하며 모두 동일한 인간성을 가진 사람들과 다른 인간성을 가진 자신을 혐오하고, 다른 이들을 혐오하게 된다. 또한 그는 자신의 아내 ‘요시코’가 자신의 가게에 단골로 드나들며 신뢰하던 상인에게 강간을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본 뒤 이루말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되며 이 사건은 그의 인생에서 인간혐오를 갖게 되는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2부에서 계속...


참고자료

1. 오쿠노 다케오(다자이 문학 연구 권위자이자 문예평론가) / 뉴욕타임스의 평가

2. 네이버 지식백과 ‘다자이 오사무’

3. 奥野健男(1956) �太宰治論� 新潮社, p.10

4. 하정민. (2014).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중기작품에 나타난 복장 고찰. p.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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