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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 May 13. 2023

실격된 인간의 마지막 이야기

이 글은 인간실격 속 내용들에 대한 분석으로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전 줄거리와 요약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톺아보기 1편을 보고 2편을 보시면


인간실격을 10번 넘게 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1편 링크

https://brunch.co.kr/@qqwef8/38




책의 명문장과 분석 2편


이 글을 본 순간, 여러분이 좀 더 재미있게 인간실격을 읽을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내 가슴속 깊이 감추고 있던 자신의 정체이다.
겉으로는 활달하게 웃으며 남들을 웃기고 있지만,
사실은 이처럼 어둡고 참담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겉으로는 활달하게 웃으며 남들을 웃기고 있지만,
사실은 이처럼 어둡고 참담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책에는 수많은 그림이 등장합니다.


머리말에 등장하는 요조의 모습이 담긴 세 장의 사진(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


요조가 "귀신 그림 같다"라고 이야기 한 고흐의 자화상모딜리아니의 나부상(벌거벗은 여인의 모습)


위에서 언급한 요조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


그리고, 인간실격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림인 에곤실레의 자화상이 있습니다.



자화상과 나부상은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인간실격 내의 그림들은 요조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자


요조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진짜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잠깐이나마 보여주는 매개체로서 작용합니다.




전깃줄에 얏코다코가 하나 휘감겨, 부서진 채로 봄날의 먼지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그 연은 그래도 제법 끈질기게 전선에 휘감겨서 떨어지지도 않고,
무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있었기에, 저는 그것을 볼 때마다 쓴웃음을 지었고,
꿈에서까지 보고는 괴로워하였습니다.


얏코다코는 바람에 날리는 으로서


요조는 부서진 채로 전깃줄에 휘감겨 끈질기게 떨어지지도 않고 있는 얏코다코를 보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요조 또한 세상과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든 인간을 이해하고자 끈질기게 버티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극도로 괴로워합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 호의를 보이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얼마나 모두를 두려워하는가.
두려워하면 두려워할수록 상대방은 나를 좋아하고, 또한 상대방이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나는 두려워하며 모두로부터 떨어져 나가야 한다는 이 불행한 습성을.


사람들은 요조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요조를 착하다고 느낀 이유는 요조가 착한 사람이라서가 아닌

인간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요조는 인간을 두려워하였기에

모두에게 자신을 맞춰주었고 그러한 그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그를 착한 인물로 보이게끔 만들었습니다.




술, 담배, 매춘부, 이러한 것들은 전부, 비록 일시적이나마
대인공포를 해소시킬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이윽고 저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째서 술을 마시지?
아빠는 술이 좋아서 마시는 게 아니야. 너무나 좋은 사람이니까, 그래서...


그리고, 요조에게 있어서

자신의 대인공포를 해소시킴과 동시에 자화상과 더불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게 해주는 수단이자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마지막으로 '자살'이라는 탈출구를 찾게 됩니다.






Van Orden KA, Witte TK, Cukrowicz KC, Braithwaite SR, Selby EA, Joiner TE Jr. The

interpersonal theory of suicide. Psycho



자살 연구자이자 자살 관련 심리학 이론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인 자살에 관한 대인관계이론을 정립한 토마스 조이너

자살은 '자살을 소망하는 마음'과 '자살 실행 능력'으로 나뉘고



자살을 소망하는 마음은 하위 개념으로 '소속감의 좌절', '짐이 된다는 느낌'


자살 실행 능력은 '습득된 자살 실행 능력'을 하위개념으로 지니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요조(다자이 오사무)는 고리대금업으로 성장한 집안의 배경에 극도의 좌절감


혼고 모리카와초의 낡은 하숙집에서 홀로 살며 '가족'이라는 소속의 부재


좌익운동을 하다가 도망치는 행동을 하며 계속해서 좌절된 소속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행복하구나. 나 같은 바보가,
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머지않아 두 사람을 망쳐놓겠지.


또한 시즈코와 그녀 딸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이 짐이 된다는 느낌

그에게 자살을 소망하는 마음을 일으켰고


앞서 반복된 자살 시도와 알코올, 약물 남용을 통해 습득된 자살 실행 능력까지 갖춘 그는


결국, 자살이라는 탈출구를 선택합니다.


자살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이지만, 그와 동시에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 주는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요조는 자신을 살리기 위해 자살을 시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추함에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삶이다.
못생긴 생명이지만, 그래도 살아있다
On ne s'habitue pas au laid c'est de la vie de la vie moche,
mais de la vie

에르베 르 텔리어 <아노말리> 중



인간실격 속 요조의 삶이 의미가 있는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던 미술 학교 진학과 위대한 화가가 되는 것에 실패



사람들 속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 영원한 해방으로서의 네 번의 자살 시도, 정신병원 수감 등


그는 '성공'이라는 단어보다는 '실패'라는 단어가 더욱 어울리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실격이라는 책이 1940년대 발간 이후,

현재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 속 추함 속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꽃아름다운 이유가 땅에서 피어나는 다른 꽃들과 달리

가장 더러운 진흙에서 피어나기 때문인 것처럼


우리의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도 추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분석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글의 마무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간실격의 구절이자


가장 인간실격을 대표하는 구절이라고 생각하는 문장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그다음 날도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어제와 똑같은 관례를 따르면 된다.
즉, 거칠고 큰 기쁨을 피하기만 한다면,
자연히 큰 슬픔 또한 찾아오지 않는다.
앞길을 막는 방해꾼 돌을 두꺼비는 돌아서 지나간다.


슬픔이 두려워 행복을 회피하며 매일을 그저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요조의 마음을 드러내는 문장이라고 볼 수 있는 해당 문장을 저는 제일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글이 인용된 원작의 후반부는 이러합니다.


그러나 그대여, 만약 그대가 진정으로 살기 원한다면,
하루하루 새로이 힘을 내어 미친 듯 날뛰는 삶,
거칠게 콧김을 내뿜는 삶,
굴복당하지 않으려는 삶을 견뎌내야 한다.
(중략)...
그대여, 그대의 삶은 사랑의 몸짓 이어야 한다.

기 샤를 크로 <무제> 중



슬픔이 두려워 행복을 회피하는 삶이 아닌


행복하기 위해 슬픔을 마주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두 편으로 구성된 인간실격의 분석을 끝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관심작가 추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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