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만 알고 싶던 가수가 어느날 갑자기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나와 많은 인기를 구가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스포티파이, 멜론 등 다양한 음악 스트리밍 앱을 통해 많은 이들이 자체적으로 노래를 발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에 '나만 알고 싶은 가수'라는 개념이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7,80년대에는 그런 개념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노래를 자체적으로 발매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뿐더러 정권도 지금과는 달랐으니까요.
그러던 중 한 프로그램이 등장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노래로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프로가 바로 MBC대학가요제입니다.
77년 초대 대상은 지금 들어도 센티멘털한 샌드페블스의 '나 어떡해'였으며 이후 무한궤도, 정오차, 유열, 이한철, 익스 등 많은 가수들이 다양한 노래로 대학가요제에 출전하여 한국 가요계에 한 획을 긋는 활약을 펼칩니다.
80년대까지의 대학가요제는 지금의 오디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지금의 오디션은 기성 가수의 곡을 누가누가 더 잘 부르냐, 더 기교있게 부르냐를 심사의 중요 관건으로 삼았지만, 이전의 대학가요제는 노래가 얼마나 참신하고 신선한지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랬기에 노래에 형식이 없었고, 많은 가수들이 자신의 색깔이 묻은 노래로 대학가요제에 출전하여 수상을 하기도 하였으며 시대에 저항한다는 이유로 금지곡 처분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광주에서 죽은 친구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만든 노래이자, 친구의 묘비를 의미하는 정오차의 '바윗돌'은 불온사상 내포라는 명목으로 금지곡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 떠오르는 한 가지 단어가 있습니다.
예술, 스포츠 등에서 생계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한 활동으로서 스스로 노력한다는 사고방식이나 태도 또는 주장을 이야기하는 이 단어야말로 80년대까지의 대학가요제를 상징하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언더그라운드적 음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노래들이 당시 대마초 파동으로 잠잠하던 대중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으며 그 신선함에 많은 이들이 대학가요제를 챙겨보며 대상의 주인공을 맞추는 내기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며 음반 산업이 기획사 시스템으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소위 기획사 연습생을 비롯해 기획사 아이돌, 가수들이 좋게 말하면 전문화된 트레이닝을 받고 무대 위에 올라와 공연을 펼쳤고, 많은 이들은 신선함보다는 식상하지만 익숙한 멜로디에 귀를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기획사 가수들이 속속들이 무대로 올라오며 트레이닝 받지 않고 오직 신선함, 순수함만으로 무대에 오르던 대학가요제 가수들은 설 자리를 잃었고, 90년대부터의 대학가요제는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천편일률적 멜로디의 노래에 자신의 가창력을 뿜내는 장이 되었습니다. (물론, 좋은 노래들도 있지만 극소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학가요제를 통해 데뷔하는 가수들보다 더 어린 기획사 뮤지션들이 등장하며 신선함과 더불어 대학가요제의 상징과도 같던 '젊음'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대학가요제만을 상징하지 않게 되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대학가요제에 나왔던 노래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는 그들이 보여주었던 아마추어리즘이 주는 신선함과 순수함 때문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