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한 살, 떡국 먹으면 한 살, 생일이면 한 살...
우리나라만큼 한 해에 나이를 많이 먹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새해에 한 살이 느는 것이지만, 우리는 설날에 떡국을 먹고, 생일에 케이크를 먹으며 나이가 들어감을 축복한다.
최남선의 '조선상식'에서는 음복적(飮福, 조상이 내리는 복을 받는다라는 의미로 해석) 성격에서 유래된 것으로 천지만물이 새로 시작되는 날인 설날에 떡국을 먹으며 한 해를 진정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우리 또한 설날에 떡국을 먹으며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생일에는 태어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케이크를 먹는다.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아이가 태어난 날에 아이의 건강과 축복을 바라며 신에게 케이크를 바쳤던 것에서 유래가 되어 현재까지 많은 문화권에서 생일에 케이크를 먹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자신의 생일을 기대하며 한 해를 보낸다.
하지만, 나는 생일이 전혀 즐겁지 않다.
우리나라만큼 나이에 진심인 국가가 있을까?
만 나이, 빠른 년생, 세는나이, 연 나이, 취업나이, 적정연령 등
"혹시 몇년생이세요?"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누군가를 만나도 나이는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나는 이러한 나이 문화가 싫다.
나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게 내가 할 수 있는, 하고자 하는, 보여주고 싶은 나의 역량은 줄어든다.
나이라는 프레임은 나이에 따른 코스들로까지 이어진다.
20대에는 대학에 진학하고, 회사에 취직해야하며 활발하게 활동해야한다.
30대에는 얼마 정도의 돈이 있어야하며 결혼을 해야하고
40대, 50대, 그리고 죽을 때까지 걸어가야하는 나이의 길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그 사람은 어딘가 잘못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20대인 나는 신중현과 엽전들, 오자키 유타카, 김광석 등 70~80년대 많게는 90년대에 활동한 가수들의 노래를 좋아한다. 초등학생 때는 원더걸스, 동방신기 같은 아이돌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외운 것이 아닌, A4 용지에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의 가사를 들으며 받아적고 흥얼 거리고 다녔으며 지금은 집에 턴테이블과 LP를 구비하고 있어 매일 아침 LP를 들으며 출근 준비를 하고, 주말에는 매거진을 쓰고, 90년대 노래와 LP를 듣는다.
또,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장기자랑으로 원맨쇼의 달인 백남봉 선생님의 오징어 굽는 연기를 친구들 앞에서 선보였다.
이런 나의 얘기를 직장 동료나 주위 사람들이 들으면 항상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나이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이가 아나라 나 자신에 맞는, 내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
나는 이제 생일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새해를 반가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