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실행하기 힘든 말이다.
꽃이 피어있는 봄에는 꽃이 피는 과정이 아닌, 꽃이 핀 모습을 보며 찰나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그 아름다움이 시들어갈 무렵, 단풍이 드는 가을을 떠올리며 새로운 계절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단풍마저 바람에 흩날려 하나 둘 바닥으로 흩어질 때쯤
우리는 다시금 뽀드득, 뽀드득 소리와 함께 앙상한 가지에 쌓인 눈을 볼 수 있는 겨울을 기다리며
눈이 얼어 길이 미끄러워지고, 추위가 몸을 관통할 때쯤 눈이 녹아 꽃이 피는 봄을 기다린다.
봄에는 가을을, 가을에는 겨울을 떠올리는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 곁에 있을 때에 다른 이를 떠올린 적 혹은 다른 일을 생각한 적이 있지 않은가?
회사 업무, 떠나간 옛사람과 함께 걸었던 길, 이전에 방문했던 식당 등
우리는 누군가 곁에 있을 때 그 사람에게 잘 하고 있는가.
정말 모순적인 말이다.
누군가가 있을 때 잘하지 못한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한탄하며 펼치는 긍민의 춤사위.
누군가 떠난 뒤 있을 때 잘할 것을 다짐하며 다른 이를 만났을 때 우리는 그 사람에게 충실하고 있는가.
꽃이 다시 핀 그 봄을 완전히 만끽하고 있는가.
단풍이 물든 가을을 완전히 만끽하고 있는가.
눈 내리는 겨울을 완전히 만끽하고 있는가.
모순의 반복 끝에 남는 어떤 그리움...
그건 지나버린 봄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함께 그 봄을 완연히 만끽하지 못했던 누군가와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