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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 Dec 09. 2023

있을 때 잘해

"있을 때 잘해"


참 실행하기 힘든 말이다.


꽃이 피어있는 봄에는 꽃이 피는 과정이 아닌, 꽃이 핀 모습을 보며 찰나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그 아름다움이 시들어갈 무렵, 단풍이 드는 가을을 떠올리며 새로운 계절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단풍마저 바람에 흩날려 하나 둘 바닥으로 흩어질 때쯤

우리는 다시금 뽀드득, 뽀드득 소리와 함께 앙상한 가지에 쌓인 눈을 볼 수 있는 겨울을 기다리며

눈이 얼어 길이 미끄러워지고, 추위가 몸을 관통할 때쯤 눈이 녹아 꽃이 피는 봄을 기다린다.



봄에는 가을을, 가을에는 겨울을 떠올리는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 곁에 있을 때에 다른 이를 떠올린 적 혹은 다른 일을 생각한 적이 있지 않은가?

회사 업무, 떠나간 옛사람과 함께 걸었던 길, 이전에 방문했던 식당 등


우리는 누군가 곁에 있을 때 그 사람에게 잘 하고 있는가.


"있을 때 잘해"


정말 모순적인 말이다.

누군가가 있을 때 잘하지 못한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한탄하며 펼치는 긍민의 춤사위.


누군가 떠난 뒤 있을 때 잘할 것을 다짐하며 다른 이를 만났을 때 우리는 그 사람에게 충실하고 있는가.

꽃이 다시 핀 그 봄을 완전히 만끽하고 있는가.

단풍이 물든 가을을 완전히 만끽하고 있는가.

눈 내리는 겨울을 완전히 만끽하고 있는가.


'모순의 반복'


모순의 반복 끝에 남는 어떤 그리움...

그건 지나버린 봄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함께 그 봄을 완연히 만끽하지 못했던 누군가와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나라는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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