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흘러나온다.
바닥에 깔리는 가느다란 피아노 반주 소리 위로 중후한 베이스 기타 소리가 흐르고, 어두운 객장과 어울리지 않는 검정 선글라스를 쓴 소년이 한 손은 주머니에, 다른 한 손으로는 스탠드 마이크를 움켜쥔 채 객장의 공기만큼 탁한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소녀는 스탠드에서 보이지 않는 어두운 입구 근처에 앉아 그의 노래를 듣는다.
조명이 내리쬐는 스탠드에 선 소년이 보인다. 소녀는 손가락에 껴진 언제 받은지 모를만큼 도금이 벗겨진 반지를 더듬거리며 그의 노래를 듣는다.
스탠드 마이크를 움켜 쥔 그의 손가락에 조명이 비춰지고, 한줌의 빛줄기가 그의 손가락에서 시작되어 천장으로 향한다. 스탠드를 움켜 쥔 그의 손이 마이크를 더욱 움켜 쥘 수록 그의 목소리는 더욱 떨리고, 객장에 모인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에 진정성을 느끼며 그가 토해내는 시간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듣는다.
소녀는 그런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며 회상한다.
하루종일 쇼윈도 앞에서 구경하던 갈색 기타를 사던 날 밤, 자신의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던 그의 목소리
처음 무대에 올라 미숙한 공연을 펼친다고 관객과 사장에게 욕을 먹었다며 하소연하던 그의 목소리
떨리는 손으로 자그마한 통에서 반지를 꺼내 자신의 손에 끼어주며 "조금만 기다려, 다음에는 진짜를 선물할게"라며 미숙하게 웃던 그의 목소리
"행복하게 못해줘서 미안해"라며 멋쩍게 웃으며 자신의 투병사실을 고백하던 그의 목소리
소년은 선글라스 속 눈을 이리저리 흔들며 소녀를 찾는다.
어둠과 탁한 공기 속에 가려졌지만, 소년은 자신을 바라보는 수 많은 눈빛들 속에 눈물 머금은 눈 하나를 바라본다. 그곳에는 소녀가 앉아 있다.
소년은 소녀의 눈물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눈을 감은 채 노래를 부르며 회상한다.
쇼윈도 앞에서 하루종일 구경하던 갈색 기타를 샀던 날, 한칸짜리 좁은 방에서 펼쳐진 작은 콘서트에 관객이 되어준 그녀의 모습을
첫 공연에서 관객과 사장에게 욕을 먹고 하소연하던 자신을 아무 말 없이 두 팔 벌려 안아주던 그녀의 모습을
떨리는 손으로 도금 반지밖에 끼어주지 못한 자신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던 그녀의 모습을
"떠나도 좋아"라고 말하던 자신의 품에 안겨 "함께해도 좋아"라고 울먹이던 그녀의 모습을
어느새 노래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소년은 더욱 자신의 목소리를 토해가며 그녀만을 위해 쓴 노래를 부른다
소녀 또한 자신만을 위해 쓴 그의 노래를 들으며 어둠에 숨은 채 눈물을 훔친다.
노래는 끝이 나고, 소년은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뒤로 한 채 소녀에게 다가가 말 없이 안긴다.
다음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관객들이 퇴장할 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서로를 안아준다.
소녀는 소년을 더욱 꽈악 끌어안는다. 어쩌면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부활 ‘회상3’를 들으며 지은 글입니다.
https://youtu.be/JVzUf_TM2Yc?si=gc576JKSlgODsS7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