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글들뿐이다
제목만 가리고 보면 어디에서나 볼 법한 그런 글들이 넘쳐난다. 자신의 생각을 적기보다는 다수가 지지하는 글, 화제성만 따른 글, 확실한 정보가 없는 글들 그리고 그런 글들이 넘쳐흘러 다른 이들이 그걸 주워다 글자를 몇 글자 바꾸고 제목을 수정한 뒤 다시 발행한다.
요즘 시대에 글 쓰는 건 너무나 쉽다. 남이 쓴 글들을 몇 문장 고쳐서 다시 발행하면 몇 분만에 글 하나가 완성된다. 특히 라이프 스타일 분야와 에세이 분야가 이런 현상이 심하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철학적인 글을 쓸 때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시는 나의 생각, 내가 바라보는 풍경 등 복잡 요소들을 짧은 글에 응축시켜 써야 하며 소설은 내가 생각하는 세계관을 확장시킴과 동시에 수많은 등장인물을 생성해야 하며 사건을 만들고, 장대한 페이지의 글들을 써야 한다. 또한 철학적인 글을 쓸 때는 철학가가 말한 내용을 계속 곱씹으며 나의 생각으로 뒤집어야 하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글을 쓸 때에도 생각이 바뀌게 될 수도 있다. 철학은 답이 없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라이프 스타일 분야와 에세이 분야는 어떤가.
참고로 내가 생각하는 라이프 스타일 분야란 노래, 문화, 영화 등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런 라이프 스타일 분야의 글들을 보면 모두 시간대만 다르고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수두룩 빽빽이다. 어떤 매거진에서 90년대 가수의 공연을 릴스로 올려 많은 좋아요와 댓글을 받았다. 그 뒤 다른 매거진에서 똑같이 해당 가수의 공연 영상을 편집점만 바꾸어 발행했다.
또한 에세이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들 허울뿐인 말들뿐이다. 그저 '당신을 위로하고, 당신을 응원한다'로 끝난다. 그 이전의 내용들도 열에 아홉은 비슷하다. 나 또한 그런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근데 그 글을 쓰는 나조차도 위로가 되지 않고, 정작 위로가 된다 해도 다음날이면 다시 힘들어졌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에세이를 쓴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남이 쓴 글들 몇 개 보고 좋은 말들을 가져와서 엮은 뒤 끝에는 '당신의 내일을 응원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등과 같이 감성적인 말만 쓰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서재에는 에세이가 두 세권 밖에 없다. (그 한 권도 같이 일한 동료가 읽어보라고 선물로 해줬다) 물론, 그 책들 모두 끝까지 읽지도 않았다. 나조차 에세이를 끝까지 읽지 않고 덮어버리는데 내가 누구한테 위로를 전하겠냐는 생각에 에세이 쓰는 것을 멈추었다.
그 이후로, 허울뿐인 말이 아닌 나의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문학 분석글을 쓰기도 했고, 철학 글을 쓰기도 했으며 지금은 시를 쓰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글을 쓰는 것이 망설여진다. '과연 내가 쓰는 글이 좋은 글일까'하는 걱정에 많은 글을 썼다가 지운다.
비슷한 글들 속에서 나만의 정체성을 갖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