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을 보면 맨 앞장에 서문이라고 하여 작가의 말을 담는다
그 책 모든 페이지마다 작가의 생각이 담길텐데 왜 굳이 서문을 쓰는 것일까
서문(序文)이란 일반적으로 책의 탄생 배경이나 책의 내용을 담듬는 데 도움이 된 발상을 적으며 책을 읽는 이들이 본문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소설, 에세이 등은 서문을 넣는 경우가 많지만, 시집에는 서문 혹은 작가의 말이 별로 없다.
하지만, 소설, 에세이 보다 서문(작가의 말)이 필요한 책은 시집이 아닐까?
소설은 1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내용이 이어지고, 에세이는 제목과 함께 작가의 생각이 길게 나열된다. 하지만, 시집의 경우, 간단한 제목과 함께 짧은 글들이 주어진다.
제목으로 시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전에 쓴 '하이쿠'와 관련된 글에서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면 그 시를 쓴 시인의 생각을 우리가 알아차리기 어렵다
https://brunch.co.kr/@qqwef8/48
이 글은 예전에 브런치에 쓴 일본의 단시 '하이쿠'에 대한 글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하이쿠는 그저 눈 앞에 보이는 사건들을 짧은 시로 만든 형식이지만, 많은 이들은 그 상황에 대한 작가에 설명이 없기에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며 서로의 의견을 관철시키려한다.
예를 들어
길가에 핀 무궁화는 말에게 뜯어먹히고
(道のべの、木槿は馬に、くはれけり)
- 마쓰오 바쇼 -
누군가는 이 시를 보고, 길가에 핀 다른 잡초들과 달리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무궁화가 말에게 뜯어먹히는 것을 보며 '잘난 체하면 큰 코 다친다'라는 생각을 바쇼가 하며 시를 쓴 것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는 바쇼가 말 위 앉아 있다가 말이 무궁화를 먹는 것을 보고 쓴 단순한 시이다.
즉, 시를 쓴 이가 자신의 시에 아무런 설명도 달아두지 않는다면 시에 대한 해석이 확장되고, 변이되어 시인의 생각이 아닌 그 시를 본 이들의 생각이 해당 시의 정체성이 되는 순간, 시는 죽는다.
그래서 나는 시를 쓰며 글 밑에 '작가의 말'을 적는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이 어떻게 시로 변화되었는지 작가의 말을 통해 적어두고, 내 시를 읽으며 어떠한 해석을 내린 이가 작가의 말을 보며 나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는 것이 더욱 재밌을 거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시와 작가의 말을 적은 어느 날, 브런치 작가님의 댓글 몇 개가 눈에 띄었다.
내 시를 보고, 자신의 오래 전 추억과 눈물, 뜻밖에 찾아오는 깨달음 같은 것들을 떠올리셨다는 작가님의 댓글과 시를 읽고 작가의 말까지 읽으니 영화 필름처럼 그려진다던 작가님 등의 댓글을 보며 더욱 시에 작가의 말을 수록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