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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 Jan 21. 2024

부딪친 파도는 어디로 가는가


쏴-아한 소리 귓가를 간질이며

달려오는 파도를 바라본다


나 하나 껴안기 위해 달려오는

파도 속에서 나를 잃을까 두려워

뒤로 물러난다


지친 파도가 내 발 앞에 쓰러진다


당신에게 다가간다

다가갈수록 깊어지고 요동치는

내 마음 속에서 휩쓸려간 이들을 마주할까

당신은 뒤로 물러난다

다가갈수록 한없이 커졌던 내 마음이

당신 앞에 이르러 지쳐 쓰러진다


그 바다로 향한다

나 하나 위해 자신조차 잃었던

파도가 남긴 자리 위로 귀를 가져댄다


쏴-아, 쏴-아

.

.

.

나의 숨결 위로 자신조차 포기한

그를 위한 진혼곡이 울려퍼진다




작가의 말


바다에 간 적이 있다.

모래사장에 앉아 연인과 이야기를 하거나 음식을 먹고, 넓게 깔린 지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지만, 그 중 눈에 띈 것은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이었다.

바다로 걸어가던 사람을 향해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파도가 그 사람에게 가까워지려고 할 때마다 그는 뒤로 물러나 모래에 스며드는 파도를 바라보곤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파도는 점점 커져 그를 향해 달려갔지만, 그는 계속 뒤로 물러났고 이내 다른 곳으로 향했다.

하염없이 커졌다 하염없이 으스러지는 파도를 보며 좋아하는 이에게 다가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갈수록 마음은 하염없이 부풀며 요동친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될 때 우리는 파도처럼 으스러진 뒤 자신 또한 자신에게 다가오던 사람을 밀어내고, 멀리한 아닐까 생각한다. 


이 시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지도, 좋아해주던 사람을 받아주지도 못한 이의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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