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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Aug 22. 2020

[큐산어보] 맛은 갑, 병어 Feat. 덕대, 병어돔






정약전

실학자, 자산어보의 저자, 정약용의 형



  큰놈은 2척(50cm~60cm)정도다. 머리가 작고, 몸이 움츠려 있으며, 꼬리는 짧고, 등은 볼록하고, 배는 튀어나왔다. 사방으로 튀어나와 있어 길이와 높이가 대략 같다. 


  입은 지극히 작다. 색은 청백색이고 맛은 달다. 뼈가 물러서 회나 구이 및 국에 좋다. 흑산에 간혹 있다.



이청

실학자, 자산어보의 공저자, 정약용의 제자



  지금의 병어는 옛날의 방어인 것 같다. <<시경>>에는 방어 꼬리 붉어지네라고 했다. -중략- 육기의 <시소>에서는 방어는 넓적하면서 얇고 살지며, 느긋해 힘이 적고, 비늘이 잘아 물고기 중에 맛있는 것이다 라고 했다. <<정자통>>에서 "방어는 작은 머리에 움츠려 있는 목, 넓은 배와 활골인 등골, 잔 비늘이 있으며, 색은 청백이다. 배 안의 지방은 매우 기름기가 많다"라고 했다. 이시진은 "방어는 넓은 배와 납작한 몸이 있다. 맛은 매우 고소해 맛있다. 성질은 활수(움직이는 물)에서 잘 논다"라고 했다. 이 여러 설에 근거하면 방어의 모양은 흡사 병어와 비슷하다. 다만 방어는 민물산이다.



  시경에서는 "이수와 낙수의 잉어와 방어는 소나 양처럼 맛있다" <<후한서>> <마융전>의 주석에서 한수에서는 편어가 매우 맛있어서 사람들의 편어 잡이를 항상 금하고서 뗏목으로 물을 막았다. 이로 인해 편어를 '사두축향편(뗏목 머리에 움츠려 있는 목을 가진 편어)'라고 했다. 그렇다면 병어는 민물고기다.



  지금은 병어가 민물에서 난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오직 <<선해경>>에서만 "대편은 바다에 산다"라고 했고, 이에 대한 주석에서 "편어는 곧 방어다"라고 했다. 이시진은 "그중 큰 놈은 20~30근에 이르는 놈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방어도 바다산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병어 중에서도 큰 놈을 본 적이 없으니 이 말도 의심스럽다.



현대인




  친가가 땅끝(해남)에 있다보니 명절 제사상에서 자주 봤던 생선이다. 정약전 선생님이나 이청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살이 부드럽고 맛이 매우 좋다. '살지다'라는 표현이 딱 적당한 표현같다. 


  부모님이 '귀한 생선'이라고 강조하셨던 게 기억이 나는데, 처음부터 귀한 생선은 아니었고 상품성이 좋아 남획하다 보니 그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비싸진 케이스라고 한다.


  정약전 선생님의 경우 병어의 독특한 외형과 뛰어난 맛에 대해 간략하게 서술한 반면, 이청 선생님의 경우에는 시경, 시소, 정자통, 후한서 등 고서를 통해 병어의 기원(?)에 대해 추적하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해당 고서들에 나오는 '방어'(병어의 옛 이름으로 추정)의 경우 그 외형이나 맛에 대한 묘사가 "병어"와 매우 유사하나 바다 물고기가 아닌 '민물고기'로 묘사되어 있으며, 산해경에서만 "대편은 바다에서 산다"라는 문구로 바닷물고기 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큰 병어는 본 적이 없으므로 불확실하다. 당시의 정보력으로는 이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기 여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어 꽤 재밌게 읽었다. 



  생선의 지방은 맛의 전투력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 병어는 지방이 많은 생선으로 부드럽고 감칠맛이 강하다고 한다. 아직 먹어본 적은 없지만, 지방이 많기 때문에 아마 맛은 크게 다르겠지만 연어와 비슷한 식감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먹어보신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에 따르면 병어는 태평양서부(한국, 일본, 동중국해, 인도네시아) 인도양(페르시아만 포함)에 고루 서식하고 있으며, 인도에서도 고급 식재료로 통한다고 한다. 탄두리나 마살라를 가미한 요리를 주로 먹는다.


인도식 병어요리



덕대


  먹방 유튜버 닉네임 같은 느낌의 '덕대'는 병어와 같은 농어목 병어과에 속하지만, 염연히 다른 종이다. 생김새가 비슷해서 꼬리만 살짝 잘라 병어로 속여팔기도 하고, 앞에 참자를 붙여 참병어로 속여팔기도 한다고 하니 주의하자


  이름을 속이는 것과는 별개로 덕대도 맛이 좋은 생선이다. 지방이 오르는 시기에는 마치 우유와 같은 풍미를 지닌다고 한다. 회보다는 조림, 구이에 적합한 편 생김새도 꼬리를 제외하면 거의 비슷하고(맨 위 그림 참조) 60cm로 크기도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잘 구분할 필요가 있다.(덕대의 하단 꼬리지느러미가 더 긴데, 잘라버리면 구분이 어렵다)




출처 : 아쿠아플라넷 여수

병어돔(라운드 폼파노)


  병어와는 관련이 없는 생선이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농어목 전갱이 과로 농어목 병어 과인 덕대, 병어와는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도미과도 아니기 때문에 '돔'과도 별 관련이 없지만,  뼈가 무른 병어와 달리 뼈가 단단하고 살이 차지며 기름기가 많아 돔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  


  폼파노는 미국을 비롯한 아메리카 지역에 주로 서식하고 있으며 라운드 폼파노는 중국에서 현재 상당수 양식을 하고 있는 생선이다. 국내에서는 활어로 수입해 수협 수산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구워 먹어도 맛있고 회로 떠먹어도 맛있지만 병어과에 생선은 아니므로 병어와 같은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역시 이름이 나면 아류가 생기는 법인 가보다. 병어 자체가 상품성이 좋은 생선이다 보니 비슷하게 불리는 생선이 눈에 띈다. 다른 건 몰라도 병어회나 탄두리 병어구이(?)는 한번 시도해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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