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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Aug 17. 2020

[큐산어보] 바다의 가우어 청새치

정약전

실학자, 자산어보의 저자, 정약용의 형

  길이는 20~30척(6~9m???)이다. 아래 주둥이 길이가 3~4척(1m~1.3m)이고, 허리는 소처럼 크며 꼬리는 점점 뾰족하게 줄어든다. 비늘이 없고, 온몸이 모두 살이어서 눈처럼 희다. 


  맛은 지극히 무르고 부드러우며 달고 맛있다. 


  어쩌다 조수를 따라 항구에 들어온다. 주둥이가 갯벌에 박히면 뺄 수가 없어 죽는다. 


미상

x안 으로 기록되어 있다. 누군가 주석을 달았으나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다.


 우어는 혼돈강에서 나며 큰놈은 길이가 15척이고(4.5m) 무게는 300근(180kg)이다. 비늘과 뼈가 없으며 길금과 살이 서로 사이에 들어 있어서 먹으면 맛이 뛰어나다(대충 마블링이 좋다는 의미)


  <<이물지>>에서는 "남쪽 지방에 우어가 있는데, 일명 인어이며, 무게가 300~400근이다. 형상은 예어와 같지만 비늘과 뼈가 없다(??) 등에는 얼룩무늬가 있고, 배 아래는 청색이다. 고기 맛은 상당히 뛰어나다."고 서술되어 있다.  


  코의 길이는 몸의 길이와 같고 색은 백생이며 비늘이 없다. 이시진도 우어를 심어의 무리라고 했는데, 바로 이것이다.


현대인


  자산어보에서는 새치류를 모두 합쳐 '우어'라고 소개하고 있다. 공통적인 서술로는 '맛이 매우 좋다'라는 점, 그리고 크기와 독특한 코의 모양을 주목하고 있다. 소우(牛)라는 글자를 따 우어라고 하지만, 한국 남부 태평양과 인도양의 열대 및 온대 해역에서 살아가는 청새치는 소와는 거리가 먼 엄청난 피지컬의 생물이다. 꼭 소와 비교해야겠다면 가우어 정도를 데려올 수 있을 것 같다.




  청새치는 '블루마린'이라고도 불리며 시속 10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순항이 가능하다. 육상동물 중 치타도 이와 같은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단거리 육상에 불과하다. 천적은 백상아리 정도를 꼽을 수 있겠으나 백상아리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천적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청새치는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다다르고 싶었던 이상을 투영한 생물이기도 하다.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로망을 불러일으키는 생선이다 보니 게임, 문학, 만화와 같은 콘텐츠에도 두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 한군데 더 있는데,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제주도 서귀포 연안에서도 실제로 심심치 않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4.2m 가까이 자라는 거대한 어종이기에 포스가 엄청나다. 우측 얼린 물고기의 경우 지느러미의 생김새로 보아 돛새치에 가까워 보이지만, 옛날 웹툰 정글 고등학교에 보면 수학선생님이 청새치를 '사랑의 매'로 쓰는 장면이 종종 보이곤 한다.



  그 성격은 포악하고 급하여 영민하다. 낚시를 할 때는 반드시 죽여서 올리는데, 움짤에서 보다시피 낚싯바늘에 걸렸을 때 스스로 이를 빼기도 하고 안되겠다 싶으면 배로 돌진해 난장판을 만든 다음 돌아가기도 한다. 피지컬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걸 혼자 잡아 해안까지 끌고 온 노인과 바다의 노인이 참 대단해 보인다. 




  맛은 환상적이다. 얼마 전 초밥집에서 구이 초밥으로 먹어본 적이 있다. 우측에 튀김이 얹어진 녀석인데 청새치는 아니고, 같은 농어목인 황새치로 만든 것이다.(좌측 하단의 그림) 지방감이 엄청나고 살살 녹으면서 풍미가 장난이 아니다. 왜 노인이 그렇게까지 잡으려 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청새치의 색채는 몸 등 쪽은 청녹생이며 배 쪽은 회백색을 띤다고 한다. 사진을 찾아보니 약간 노란빛을 띄는 부분도 보인다. 특히 코라고 부르는 뾰족한 위턱은 찌르기 위한 것처럼 생겼지만, 실은 베는 용도이며 연약하게 생긴 것과는 달리 작은 생선은 두 동강, 웬만한 생선은 중상을 입힐 정도로 상당히 강력하다.


추신


문예창작학과 재학시절 노인과 바다라는 제목으로 시를 쓴적이 있다. 그냥 생각나서 올려본다.

노인과 바다.

무의식의 표면을 가로지르던 거대한 자맥질은 노인의 시야를 가로챌만한 이상이었다.

그렇기에 노인은 괴로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더욱 그것을 낚아 채고자  갈망했으니.

수면 아래와 수면 위, 또는 의식의 안과 밖, '표면'을 경계로 한 길고도 괴로운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 어옹과 바다뿐인 바다가 있다. 그것은 그의 바다이다. 바다는 그의 일부이다


'나는 다만 잉여의 것을 제거할 뿐이다. 조각상은 거기에 그렇게 있었다.’

그렇게 인식 되면서도 결핍을 면치 못한다.

노인은 이내 온몸으로 바다를 들이받는다.

낚싯대를 더듬어 잡아 심해의 끝으로, 심해의 끝에서부터 의식의 언저리까지 휘젓는 작업의 86째 날 밤.

작살은 고기의 정수리를 꿰뚫는다 작살의 다른 이름은 펜촉일 테다

하지만 무딘 작살에 꿰뚫린 대가리에서 비린 피 냄새가 바다에 퍼지고

회의감이 상어 떼처럼 몰려온다.

노인이 끌어낸 것은 크게 상한 머리뼈와 생채기 어린 지느러미 뿐.

이것은 무딘 작살의 비극이니, 괴기스럽게 변한 찌꺼기에 퍽 섭섭해 할만도 하건만은

어옹은 끝내 자신의 패배에 대해 만족한다.

상어가 저렇게 멋있고 아름다운 꼬리를 가지고 있는지 몰랐네요.

지나가던 부인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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