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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Sep 16. 2020

코끼리 인간




  코끼리의 대열에 합류하려는 인간을 본 적이 있다. 아프리카 여행에서다. 그 흑인은 기괴하게 팔을 꼰 자세로 눈빛만은 진지하게 앞을 향해 있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포즈는 고개를 뺀 기린이라던가 위태롭게 선 홍학을 떠올리게 해 슬펐다. 털털거리는 탄색 지프를 세우고 가만히 카메라를 꺼냈다.

  "당신 코가 참 멋있군요"

  그는 웃지 않았다. 진지한 눈빛을 하고 신중하게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다. 정면에서 본 그는 멀리서 볼 때와 달리 키가 크고 깊은 눈을 가지고 있어서 다가오는 매 순간 코끼리와 같은 위용을 더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그 눈 깊숙이 코끼리의 영혼을 담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물며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몇 번 셔터를 누르자 그는 내 앞에 우뚝 서서 가슴을 펴 보였다. 2m에 달하는 장신, 전사족 이리라. 땅을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코가 아니라 팔이야 병신아."

  그들은 이런 식으로 관광객의 물건을 훔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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