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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Sep 16. 2020

동물농장 feat. 언더도그마

초단편소설



  22C 초 인류가 거짓말 처럼 멸망하고 세상은 잠시 평화를 맞이하는 듯 했으나 너무나 무료했던 신은 그간 인류가 독차지 했던 지성을 균등분배 하기 시작했으며, 불과 반세기만에 온갖 동물들이 서로 의사를 소통 할 수 있을 정도로 급격한 진화를 겪게 되었다.

  그들은 독자적인 문명을 만들었고 문자, 화폐와 같은 문명의 산물이 유통되기에 이르자 고대 그리스를 연상시키는 도시국가를 만든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제반시설은 아직 쓸만해서 금새 영리한 동물들의 차지가 되었으므로)

  그들은 토론하고 연설하며, 머지않아 법률을 제정하였다. 의회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차별하여서는 안된다는 법을 통과 시켰고 그것을 윤리라고 불렀다.

  문제는 토끼들의 소송에서 불거졌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아먹으므로 호랑이를 감옥에 가두어야 한다는게 소송의 요지였다. 결의에찬 토끼의 비밀결사들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무수한 동물들을 연합하였고 마침내 호랑이들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감옥에 가두어져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을 주입 받게 되었으며, 이내 순화되어 토끼의 친구가 되었다.

  귀여운 토끼를 잡아먹는 것은 죄악인 것이다. 호랑이들은 감옥에서 죽거나 초식 동물로의 변신을 꾀했다. 호랑이는 토끼는 물론이고 이제 아무 동물도 먹지 못하게되었으므로 물론 그들도 결국 죽게 되었다. 그들은 마치 순교자 같은 인상을 풍겼다.

  동물들은 수명이 짦았으므로 세대교체가 빨랐다. 토끼를 비롯한 대부분 동물의 찬성으로 통과된 '평화법'이 실행되자 아이러니 하게도 세대가 거듭될 수록 멸종하는 동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자, 곰, 치타, 늑대, 나중에는 심지어 고양이까지도

  때마침 동물들 사이에서는 한가지 소문이 돌았다. 하늘 어딘가에 '슈가캔디마운틴' 이라는 곳이 있어서 호랑이나 사자 그 어떤 동물이라도 토끼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윤리적 동물들이 죽으면 그곳에 가게된다는 이야기 였다. 많은 동물들이 그 이야기에 매혹되었고 멸종은 가속화 되기 시작한다.

  지구상에 토끼만 남게 되었을때 그 엄청난 번식력으로 말미암아 지구상의 풀들이 전부 다 사라지고 토끼 역시 멸종을 맞이한다.

  풀한포기 동물 한마리 없는 지구를 바라보던 신은 너무나, 너무나 무료하였고 너무나 무료한 나머지 바이러스에 지성을 부여했다가 일주일 뒤 감기에 걸려 사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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