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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Oct 07. 2020

타투이스트M


  M은 매일 밤 돼지껍데기에 문신을 연습했다. 녀석은 손이 느린 데다 그림에 소질이 없어서 사람 피부로 치면 300인분의 돼지껍데기를 쓰고 나서야 겨우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을 그려냈다.     

  “그런데 그거 식용색소로 하면 안 될까?” 

  나는 문신이 박힌 돼지껍데기를 구우며 말했다.      

  “안 돼 농도가 달라”

  M의 표정은 진지했다.      

  200인분의 돼지껍데기를 더 구워 먹었을 즈음 M은 처음으로 사람을 만졌다. 나였다. M의 손이 등을 훑었다. 굴곡을 체크하는 듯했다. 가볍게 소름이 돋았다. 마침내 바늘이 닿았다. 찌릿한 통증에 정신이 혼미했다. 

  문신이 끝나고 M은 멋쩍게 거울을 건넸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M의 눈가가 붉다. 손은 덜덜 떨렸다.      

  “미안해….”     

  무슨 말인가 싶어 보니 알만한 그림이 완성되어 있었다. 먹은 적이 있다. 용과 닮은 지렁이를.      

 “괜찮아 인마! 처음엔 다 그런 거지 어제 건 진짜 잘 그렸어.”     

  위로 랍 치고 건넨 말에 M의 어깨가 들썩였다. 나는 M을 끌어안았다. 물론 위로는 진심이었다. 어제 돼지껍데기에 그린 건 훌륭했으니까, 내가 다 먹었으니까, 그러니까 내 몸 안에, 네 무늬가 얼마나 많겠니. 고작 그중에 하나라고 속삭였다. M은 울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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