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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Oct 07. 2020

나도약하자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한 지 오래인 친구 M은 ‘도약하자’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한때 유행했던 말로 ‘가즈아!!’ 같은 뉘앙스다. 이를테면 ‘나, 도약할 거야.’ ‘나 도약하자’ 같은 이상한 말을 제 혼자 지껄이며 술을 퍼마시거나 기행을 펼치곤 했던 것이다.      


  그래도 녀석을 병원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바싹 마른 녀석에게 과일바구니를 건넨 나는 ‘이 새끼 이거 약한척하네, 나대던 놈은 어디 갔냐?’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M의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 ‘나도 좀 약하면 안 되냐’ ‘나도 약하자 좀’ 나는 웃은 채로 굳은 얼굴을 하고 녀석의 등을 쓸었다. 뼈가 만져졌다. 그게 나와 M의 마지막이다.     


  M은 수면제를 먹었다. 깨는 일은 없었다. 약을, 잔뜩 먹었다고 했다. 나도약하자. 나는 녀석을 이 다섯 글자로 기억한다. 기행과 등뼈, 수면제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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