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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Nov 30. 2020

대도시와 정신적 삶에 대한 소고

  정우재 작가님의 작품엔 쓸쓸해 보이는 소녀와 거대하게, 초현실적으로 표현된 강아지가 함께 등잔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기도 하고 같은 곳을 쳐다보기도 하면서 도시의 일상 공간 안에 머물러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정서적 갈등을 느끼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도시적 삶이 낳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싶다. 거대한 강아지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 같다.


이를 통찰한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은 이렇게 말한다. '신경과민은 대도시 개인들의 전형적인 심리 현상이다. 정보와 이미지가 과하게 공급될 때 인간의 감각적 기반은 흔들린다. 안은 자신의 지능을 활용해 사물들을 정돈해 받아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점차 세심한 감정을 잃어버리고 지능에 의존하게 되었다. 인간은 점점 더 탈 인격적 존재로, 감성적으로 무능력한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그는 ‘대도시와 정신적 삶’에서 ‘외롭고 고립된 개인, 강한 사회적 유대를 상실한 장소’로 거대 도시문화를 이야기했다.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건 아니지만, 숨이 막히는건 사실이다.


  나는 감정도 하나의 실재하는, 무시할 수 없는 세계라는 말에 동의한다. 중력이 질량이 더 큰 물체에서 크게 발현되듯이 어쩌면 실체가 모호한 사상, 철학, 형이상학은 현안, 현실의 만져지는 구체적 가치들에 의해 과소평가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종종 예술이나 인사이트의 형태로 나름의 질량을 만들어낸다.  정우재 작가님의 거대한 강아지는 우리가 잃어버린게 무엇인지 초질량의 모습으로 체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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